감사절 풍경

 

감사절, 잘 보내셨는지요? 가족들과 함께 좋은 시간 보내셨을 줄 믿습니다. 명절이 오면 혹시 쓸쓸한 분이 계시지나 않을까, 마음이 쓰이기도 합니다. 다행히 우리 교회에는 가족과 멀리 떨어져 혼자 지내시는 분이 없어, 한시름 놓았습니다.

 

저희 가정은 오랜만에 선/후배 목사님들 가정과 모임을 가졌습니다. 알래스카에서 목회 중인 목사님 가정이 감사절 연휴를 맞아 배이지역을 방문하는 덕에, 겸사겸사 모였습니다. 막상 모임 장소에 가보니, 오기로 한 목사님들보다 더 많은 인원이 모였습니다. 처음 모임에 나오는 후배 목사님 가정도 있었고, 정말 오랜만에 보는 후배 목사님 가정도 있었습니다.

 

목사들이 모이면, 목회 이야기로 이야기 꽃을 피웁니다. 저희들이 나눈 이야기의 주제는 팬데믹 이후 교회의 변동이었습니다. 교회의 상황이 공통적인 것은 팬데믹 이후에 교인의 3분 1은 교회로 돌아오고, 3분의 1은 하이브리드 참석(현장과 온라인)을 하고, 3분의 1은 증발해 버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팬데믹은 신체(body)에 끼친 영향보다 정신(soul)에 끼친 영향이 더 크다는 것입니다. 육신의 바이러스는 백신을 통해서 퇴치했는데, 정신의 바이러스는 아직 퇴치를 못한 것입니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미래 목회로 흘렀습니다. 미래 목회에 가장 영향을 끼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주제는 기후변화와 AI로 모아졌습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기후변화가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는지 잘 못 느끼지만, 당장 알래스카에서 목회하고 있는 목사님 가정은 기후변화가 얼마나 심각한지 몸으로 체험한다고 합니다. 예년에 비해 눈이 두배 왔고, 빙하가 녹아 하천의 물이 너무 불어나 주변의 집들이 쓸려 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연어가 돌아오질 않고, 고래 사냥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합니다.

 

자연재해가 인간의 삶을 얼마나 바꾸어 놓을 수 있는지, 우리는 이미 지난 팬데믹을 통해서 경험했습니다. 극지방의 눈이 녹으면서 그동안 인간이 경험하지 못한 바이러스의 출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바이러스 팬데믹을 또 겪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는 것이죠. 게다가 기후변화는 바다와 땅을 황폐화시켜, 어느 시점에 달하면, 식량폭동을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이 큽니다. 조금 춥거나, 조금 더워지는 것은 인간이 견뎌낼 수 있으나, 식량 제배가 되지 않아 식량폭동이 일어나면 인간의 삶은 야만으로 치닫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우스갯말로, 비옥한 내륙지방으로 이사를 가고, 총을 구비해야 하는 시절이 되었다고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정말 끔찍한 농담이면서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큰 농담입니다.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일은 인간의 사고방식이나 생활방식을 바꾸어야 하는 지난한 노력이 따라는 것이라, 몇 마디 말로 해결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전혀 아닙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더 무력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희들도 기후변화 대화는 그만 두고, AI로 대화의 주제를 옮겼습니다.

 

실리콘밸리는 AI의 메카죠. 가장 강력한 AI는 실리콘밸리에서 개발되고 있는 중입니다. Open AI라는 회사가 선두를 달리고 있고, 그들이 내놓은 ChatGPT는 이미 우리의 일상생활에 깊이 파고 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의 개발로 인하여 세상이 떠들썩합니다. AGI는 인간의 도움 없이 스스로 수학문제 같은 것을 풀 수 있는 단계의 AI를 말합니다.

 

앞으로 AI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서 삶의 질이 달라질 것입니다. 그래서 AI가 목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대화를 활발히 진행했습니다. 저희들이 내린 결론은 AI를 적극 배워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ChatGPT를 활용하여 필요한 교회 사역을 하는 방법에 대해서 아주 실천적이고 구체적으로 배우는 자리를 마련하자고 했습니다. 영어로 사역을 해야 하는 목회자들에게는 이미 ChatGPT가 상당히 도움을 주고 있답니다. 영어 설교도 교정해 주고, 기도문도 만들어 주고, 영상작업하는 시간도 획기적으로 단축해주고 있답니다.

 

옛날에는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통용됐지만, 이제 이 말은 ‘5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로 바뀐 것 같습니다. 점점 변하는 속도가 빨라, 변하는 세상을 따라가기 쉽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미래에 대하여 불안감을 안고 살아갑니다. 이러한 때에 교회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적극적으로 이 시대에 응답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이 모이면 좋은 것은 내가 현재 걱정하고 힘들어하는 것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한걱정’ 안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그 걱정 보따리를 서로가 서로의 앞에 풀어 놓으면, 모두 비슷비슷한 걱정이기에 불안을 줄일 수 있고, 무엇보다, 함께 이야기하면서 걱정을 해소할 올바른 방향에 대해서 배울 수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교회 공동체로 모이는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서로의 걱정 보따리를 풀어놓고, 우리가 얼마나 비슷한 걱정을 하면서 살아가는지 확인하면서 고립감에서 벗어나고, 함께 그 걱정을 풀어나갈 지혜를 배우는 것이 교회 공동체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유익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는 함께 손을 잡고 기도할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합니까. 우리 함께 위로하며 기도하며 희망찬 미래를 열어가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이 있어, 든든합니다. 감사합니다.

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