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의 기독교 비판]

 

강신주는 사랑의 원리를 이야기하면서 기독교를 비판한다. 그의 비판은 다음과 같다. "지금 같이 있으면 돼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는 원칙이 좋은 게 오늘만 있잖아요. 내일 되면 또 오늘이라니까요. 무조건 이기는 게임이에요. 반면 우리에게 내일은 있다고 하면 내일 돼고 또 내일이 있는 거에요. 계속 그렇게 가는 거에요. 그 극단이 기독교라고요. 마지막에 보자는 거에요. 우리에게 내일은 있다. 우리에게 천국은 있다, 똑같은 거에요. 현재를 긍정하지 못하게 하고 현재를 전전긍긍하게 하고..... 니체는 진정한 허무주의자는 기독교인이라고 봐요. 자신의 현재 삶을 부정하기 때문에 허무주의라는 거죠. 기독교와 자본과 국가권력, 이들의 메커니즘은 기본적으로 각 개인에게서 오늘을 빼앗은 건데, 그건 사랑을 빼앗는 거거든요. 어떤 형식이든 구조는 똑같아요. 우리의 억압 체제를 비판하려면 자본, 기독교, 권력을 삼위일체로 비판해야 해요. 자본 비판해놓고는 교회 나가면 말짱 도루묵인 거에요..... 기독교는 붕괴돼야 해요. 인간에게는 악의 축이에요. 인문학자는 반드시 기독교를 비판해야 해요. 인문학자라면서 교회 다니는 사람들은 남루한 거에요." (강신주,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 409-410)


강신주가 말하는 '기독교'는 아마도 '복음주의'를 말하는 것 같다. 복음주의의 사회적 기반이 자본과 국가권력이기 때문이다. 강신주의 기독교 비판은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 많지만, 아쉬운 점은 강신주가 기독교를 오해하고 있으며, 기독교를 잘 모른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강신주는 기독교 종말론을 모르는 것 같다. 그리고 강신주가 아는 기독교는 교조화된 기독교, 서구사회에서 권력에 의해 이용당한 기독교만 아는 것 같다.

 

물론 그럴 수밖에 없다. 기독교에 깊이 들어가 기독교를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은 기독교가 드러내고 있는 '현상'들을 통해 기독교를 경험하고 평가하게 되기 때문이다.

"기독교는 붕괴돼야 해요. 인간에게는 악의 축이에요."라는 강신주의 언급은 경솔한 것이다. 그가 기독교를 부정해서 경솔한 게 아니라, 기독교가 인류문화에 이바지한 엄청난 역사를 너무도 쉽게 한 마디로 부정해서 그런 것이고, 기독교 신학이 가진 엄청난 우주변혁적인 힘을 그가 경험해보지 못했으면서 말하기 때문이다.

 

그가 말하는 것처럼 기독교는 현재를 긍정하지 못하게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미래만을 바라보게 하지도 않는다. 기독교의 힘은 과거와 미래를 현재로 응집시킨다는 데 있다. 그리고 현재를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상승시킨다는 데 있다. 인문학자는 현재만을 살지 모르지만, 기독교인은 과거와 미래와 현재를 동시에 산다. 현재만을 사는 사람의 삶과 과거와 미래와 현재를 동시에 사는 사람의 삶 중, 누구의 삶이 더 풍요로울까.

 

강신주가 기독교를 비판하려면 기독교의 존재 자체를 비판하면 안 된다. 자본과 권력에 휘둘리는 기독교를 비판해야 한다. 이미, 기독교 내에서 자본과 권력에 휘둘리는 기독교를 비판하는 담론은 계속 생산되어 왔다. 그 역사를 모르면서 기독교를 비판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다.

 

강신주는 기독교를 제대로 비판하는 책을 내서, 사람들이 더이상은 교회에 다니지 못하게 만들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나는 그 책이 어서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기독교 신학의 오래된 명제 중 하나는 'Faith seeking understanding'인데, 그가 이해를 추구하고, 비판을 가하기 위해서는 먼저 '신앙을 가져야 한다'는 이 깊은 진리를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믿음을 갖는다는 것은 믿음의 대상을 사랑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가 그렇게 '자유와 사랑'을 강조하면서도 기독교를 사랑하지 않고, 기독교에서 말하는 '하나님'을 사랑하지 않고, 그가 기독교를 얼마나 멋지게 비판해낼지는 미지수다.

 

"인문학자라면서 교회 다니는 사람들은 남루한 거에요"라고 강신주는 말하지만, 국문학(현대문학) 공부하고 인문학도로서 목사까지 된 나는 남루한 사람인가? 목사까지 된, 남루한 사람 중에 괴수인 나는 강신주의 기독교 비판 서적이 출간되기를 무척이나 기다린다. 마치, 칸트가 루소의 "에밀"이 출간되기를 손꼽아 기다렸던 것처럼.

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