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공동체, ?]

 

"단순한 공식인데, 경쟁, 분리가 인간 사회에 일어나면 체제가 이기는 거고 반()경쟁, 사랑, 공존 쪽으로 가면 체제가 붕괴돼요. 이건 그냥 공식이에요. 서로 사랑하지 않게 하고, 서로 경쟁하게 하는 것이 체제고요. 우리가 자유로워진다고 하는 것은 서로 사랑하고 신뢰하는 데서 오는 거죠."

(강신주, <강신주의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 중에서)

 

1997 IMF의 신자유주의 체제 이후, 한국 사회는 극속도로 붕괴되었다. 여기서 붕괴는 '공동체성'을 말한다. 본격적 경쟁체제 속에 돌입한 한국사회는 여러가지 면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우위'에 올라섰을지는 몰라도, 공동체성이 처참하게 붕괴되어 자본()만 있고 사람이 없는, 동물사회보다 못한 사회가 되었다.

 

사회 안에서 사회와 공존하는 교회의 공동체성이 붕괴된 것은 당연한 결과다. 교회 자체가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의 물결을 거스르지 못하고 그 흐름에 휩쓸려 버렸기에 교회의 공동체성은 형편없이 무너져 버렸다.

 

교회에서 선포되는 메시지를 보면 알 수 있다. 교회의 메시지는 대부분 '위로'의 메시지다. 사람들도 그러한 메시지를 듣고 싶어한다.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메시지, 즉 하나님께서 도와주셔서 경쟁에서 이길 것이다,라는 메시지와 경쟁에서 졌지만 괜찮다는 메시지, 이 둘 중 하나의 메시지가 대부분이다.

 

교회에서 선포되는 메시지는 공동체성을 무너뜨리고 인간성을 파괴하는 주범인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체제'에 대한 저항의 메시지가 되어야 하는데, 그런 메시지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신자유주의 체제가 강요하는 경쟁과 자본의 논리가 인간의 영혼까지 잠식했다는 뜻이다.

 

위의 인용문에서 보듯, 인문학자도 이러한 통찰 아래, 어떻게 하면 공동체성을 회복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인간성을 회복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체제를 무너뜨릴 것인가, 어떻게 하면 '서로 사랑하고 신뢰하여 잃어버린 자유를 되찾을 것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하는데, '하나님은 사랑이시라'고 고백하는 그리스도인들, 특별히 설교자들은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체제를 향해 어떤 저항을 하며 어떻게 공동체성과 인간성을 회복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근대의 자율적 이성은 자본주의를 내면화시킴으로 거대한 악으로 변이를 일으켰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에서처럼 한강을 자유롭게 거닐던 물고기(자율적 이성을 지닌 인간)가 화학물질(자본주의)을 먹음으로 한강에서 괴물이 탄생한 것과 같다. 그 괴물을 물리친 것은 경쟁이 아니라 결국 '가족애(사랑)'이었다.

 

목사들은 설교 강단에서 '공동체'를 강조하지만, 그들이 강조하는 '공동체'는 누구를 위한 공동체인가. 말만 공동체이지, 청중들(교인들)을 자기의 목적에 따라 순종시킬 바보 같은 공동체를 강요하는 것 아닌가.  그게 사랑인가? 그것은 자기의 경쟁상대(다른 교회/교단/목사)를 물리칠 전략 중의 하나일 뿐 아닌가. 그렇게 교회를 키워 경쟁에서 이긴 승리자로서 영광을 받으며 호의호식하려는 것 아닌가.


사랑은 목적이지 수단이 될 수 없다. 하나님의 사랑은 목적이지 수단이 아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들은(특별히 목사들은) 사랑을 수단 삼아, 경쟁에서 이기는 공동체를 만들려는 검은 속내를 내려놓고, 공동체성과 인간성을 해치는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 체제에 저항하는 도끼 같은 메시지를 선포하고 모든 불신을 물리치는 사랑을 살아야 할 것이다.


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