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생명이고 사랑이다

 

최근 미국에서 <The Great Dechurching>이라는 책이 발간됐습니다. 한국어로는 ‘대규모 탈교회’ 정도로 옮길 수 있을 듯합니다. 영어에서 ‘de’자를 붙이면 ‘분리나 이탈’을 의미하니까, ‘de-churching’은 사람들이 교회를 떠나는 현상을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낸 ‘신조어’입니다. 이런 신조어가 생겼다는 것이 참 안타깝고 마음 아픕니다.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성장경제에서 ‘떠나야 한다’는 의미로 ‘Degrowth’(de-growth)/탈성장’라는 신조어가 생겼고, 이것은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좋은 뜻의 신조어인데 반해, de-churching(탈교회)라는 용어는 교회의 위기를 표현한 신조어이기에 그리 좋은 뜻은 아닌 거죠.

 

책의 저자들이 조사(research)를 해보니, 지난 25년 동안 미국에서 자그마치 4천만명 정도가 교회를 떠났다고 합니다. 미국 성인의 15% 정도에 해당되는 규모라고 합니다. 미국 사람들이 교회를 떠난 이유는 한 가지로 설명될 수 없겠지만, 주된 이유는 ‘소련 붕괴’, ‘극우에 결부된 기독교’, 그리고 ‘인터넷의 발달’ 등이 제시됐습니다. 구소련과 미국은 악과 선의 체제 대결로 미국인들에게 비춰졌는데, 소련이 붕괴되고 나서 악의 축이 사라졌기에 사람들은 더 이상 교회에 다닐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극우세력과 복음주의 교회들이 영합하게 된 것도 사람들이 교회에서 관심을 멀리하게 만든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터넷(정보통신)의 발달로 누군가의 간섭없이 기독교 세계관 바깥의 세계관을 접하게 된 것도 기독교를 떠나게 된 요인입니다.

 

미국의 탈교회 현상을 설명하는, 그럴싸한 이유들이지만, 제 생각하는 이유는 조금 다른 곳에 있습니다. 탈교회 현상 문제는 좀 더 심층적으로 보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 중 하나가 여러가지 사회문제를 심층적으로 일으키고 있는 자본주의 경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미국 복음주의권 학자들은 미국의 자본주의 체제 자체를 비판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복음주의 자체가 기독교의 자본주의화를 통해 부흥을 일군 미국 특유의 기독교 신앙체제이기 때문입니다. 일반 사회에서는 자본주의를 비판하면서 탈성장(자본주의로부터의 탈출)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데 반해, 미국 복음주의권 교회에서는 아직도 자본주의성장신화를 비호하며 탈성장을 오히려 비판하고 기후변화 자체를 부정하고 있습니다.

 

모든 탓을 자본주의 체제에 돌릴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미국의 탈교회 현상(또는 한국 교회의 탈교회 현상)은 인간성을 파괴하는 자본주의 문화 때문인 것을 간과하지 말아야 합니다. 모든 것을 상품화시키고, 이윤과 이익을 남기는 것을 최대의 과제로 삼는 자본주의 문화는 인간의 생명 현상을 말도 못하게 축소시킵니다. 인간을 인간으로 보지 못하게 하고, 동료를 동료 인간으로 대하지 못하게 하고, 서로 이익을 취하는 사이로 만듭니다. 삶의 모든 부분을 시장화(market)시켜, 이윤과 이익을 위해 생명을 소모시키는 장으로 삶을 변환시켜버립니다. 그래서 인간과 인간은 생명을 나누는 사이가 더 이상 아니게 됩니다. 인간의 삶은 고립되고 파편화됩니다. 서로가 서로의 고통에 무관심합니다.

 

생명현상이 줄어든 것은 고스란히 비혼과 저출산으로 드러납니다. 사랑을 하지 않고,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습니다. 서로의 삶에 관심이 없습니다. 사회성이 줄어듭니다. 소통하지 않습니다. 무반응과 무관심으로 인해 사회가 삭막합니다. 사람들 사이 뿐만 아니라 인간과 자연 사이에도 동일한 현상이 발생합니다. 자연은 인간의 이윤과 이익을 위한 착취의 대상일 뿐이지 더불어 함께 살아가야 할 동료 ‘생명’이 전혀 아닙니다. 이렇게 생명력은 말도 못하게 축소되었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자본주의 체제의 명백한 병폐입니다.

 

생명현상이 줄어든 사회에서 탈교회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합니다. 교회는 생명현상이기 때문입니다. 성령강림사건은 생명현상입니다. 성령은 생명의 영입니다. 생명력이 넘칠 때 교회는 부흥하게 되어 있고, 생명력이 축소될 때 교회는 위축되기 마련입니다. 교회는 생명현상인 성령으로 인하여 이 땅에 태어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확장된 가족(extended family)입니다. 비혼과 저출산 사회에서 교회가 함께 생명현상을 일으키지 못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사랑이 없는 곳에서 결혼이나 출산이 발생하지 못하는 것처럼 사랑이 없는 곳에서 교회는 생겨날 수 없습니다. 하나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성령은 사랑의 영이기 때문입니다.

 

위의 책에서 아주 실질적인 사회의 위험을 경고합니다. 비영리단체 경영컨설팅업체 브리지스팬그룹에서 “미국 주요 6개 도시에서 신앙에 기반을 둔 비영리기관이 해당 지역 사회안전망의 40%를 제공한다”는 내용을 2021년에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교회가 사라지는 것은 사회안전망이 사라지는, 아주 실질적인 위협이라는 지적입니다. 교회가 사라지면 어려운 사람들은 더 어려운 삶을 살게 된다는 뜻입니다. 교회가 사라지면 사회안전망이 줄어드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교회가 사라진다는 것은 인간 사회에 ‘사랑’ 자체가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실, 이게 더 큰 문제입니다. 지옥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은 오직 ‘사랑’ 뿐인데, 이 지옥 같은 세상에서 교회가 사라진다는 것은 세상을 이길 힘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세상은 점점 더 지옥이 되어 갑니다.

 

교회는 세력이 아니라 사랑입니다. 교회는 세력을 키워 누군가를 지배하는 집단이 아닙니다. 교회는 사랑을 키워 세상을 섬기는 생명체입니다. 교회는 마치 어머니의 자궁과 같습니다. 교회 하나가 없어지면, 사랑이 줄어듭니다. 교회를 여느 사회 집단으로 보는 것은 교회가 무엇인지를 전혀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교회는 숫자가 아니라 능력입니다. 생명이 형편없이 축소된 우리 시대, 그래서 교회를 떠나가는 사람들이 많아진 우리 시대, 우리는 마음 아파해야 합니다. 단순히 교회 숫자가 줄었다고, 교인 숫자가 줄었다고 아파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이 없음을, 사랑이 없음을, 그래서 사람들의 고통이 더 심해지고 있는 것에 대하여 아파해야 합니다. 교회는 생명이고 사랑입니다. 이 악한 시대를 이기고 견딜 힘입니다. 교회를 사랑합니다.

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