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케아-콘스탄티노플 아이러니]

 

동방의 거대도시들(알렉산드리아, 콘스탄티노플 등)에 대한 로마의 승리로 끝난 니케아-콘스탄티노플 공의회는 아무리 생각해도 아이러니 하다. 니케아-콘스탄티노플 회의에서 '정통'으로 채택한 신학은 "인간이 되신 하나님" 신학이다. 이는 철저하게 인간을 부정하는 신학이다. 성악설이다. 이와는 반대로 니케아-콘스탄티노플에서 정죄된 '아리우스주의' '하나님이 되신 인간' 신학이다. 이는 인간을 매우 긍정하는 신학이다. 성선설이다.

 

우리가 알다시피, 로마교회가 니케아-콘스탄티노플 공의회에서 승리를 거둠으로 인해 기독교의 정통신학은 '인간이 되신 하나님' , 성악설이 되었다. 그러나 이후 전개되는 로마 가톨릭의 행보는 자신들이 채택한 정통신학과는 반대방향으로 간다. 로마 가톨릭의 지배체제는 '보다 나은 인간'인 성직자들에 의한 '보다 못한 인간'인 평신도들을 향한 지배체제이다.

 

내 눈에 이것은 매우 모순적으로 보인다. 인간을 부정적으로 본 니케아-콘스탄티노플 공의회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인간의 성직을 인간에 대한 긍정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부정한 인간이 어떻게 성직을 가질 수 있으며, 그들이 어떻게 하나님과 인간의 중간에 서서 그 둘을 잇는 '대리자' 역할을 할 수 있는가.

 

물론 아우구스티누스와 도나티스트의 논쟁을 통해서 보듯이, 성직이 유지되는 것은 인간의 도덕성 때문이 아니라 성직이 가진 거룩함 자체라는 것을 주장하는 논리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나, 인간이 원천적으로 철저히 바깥에서 오는 구원을 필요로 하는 부족한(또는 타락한) 인간이라면, 아무리 성직 자체에 거룩함이 있다 하더라도 인간이 성직을 감당하는 일은 모순적으로 보인다.

 

로마 가톨릭 교회가 기획했던 것은 '보다 나은 인간과 보다 나은 체제'에 의한 세상의 지배였다. 그렇다면, 로마 가톨릭 교회는 처음부터 인간을 매우 긍정한 '아리우스주의'를 정통 신학으로 채택했어야 하는 것 아닐까? 인간을 철저하게 부정하는 '인간이 되신 하나님' 신학을 정통으로 채택해 놓고, 실제 삶에서는 인간을 긍정하는 지배체제를 채택하는 것은 자기 모순처럼 보인다. 이 모순은 설명이 필요하고, 해명이 필요한 신학적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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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