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일이란?]

 

안식일은 쉬는 날이다. 안식한다는 것은 쉰다는 뜻이다. 주일은 안식일을 기독교 버전이다.

 

우리는 대개 안식일을 '노동으로부터의 휴식'이라고 생각한다.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이것은 굉장히 근대적 개념이고, 자본주의적 개념이다. 노동의 노예로 일주일을 살다가, 노동으로부터 해방되는 날을 안식일이라고 생각하고 만다면, 우리는 여전히 노예로 살아가는 것일 뿐이다.

 

안식일은 옳은 것을 지킬 필요가 없고, 옳은 것을 할 필요가 없는 상태를 말한다. 만물은 옳은 것을 향해서, 옳은 것을 위해서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그게 창조성이고, 하나님 지향성이다. 그게 은총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옳은 것을 지켜내기란 정말 힘들다. 옳은 것을 지켜내려 하다가 목숨을 잃어버리기 일쑤다. 예수의 십자가도 결국 그것을 가르쳐 준다. 예수도 옳은 일을 하다가 결국 십자가에 달려 죽었다.

 

안식일을 지킨다는 것, 주일을 지킨다는 것을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으로만 생각하고 말면 성경에 등장하는 '안식일'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누구나 노동을 한다. 그러나 그 노동은 무엇을 위한 노동인가? 옳은 것을 위한 노동인가? 정의와 사랑을 위한 노동인가? 우리의 노동은 정의와 사랑을 위한 노동이 아니라, 자기집중과 착취를 위한 노동일 때가 많다.

 

일주일 동안 옳은 것을 위하여, 정의와 사랑을 위하여, 옳은 것을 지키려고 죽도록 고생한 사람만이 안식일이 귀한 줄 안다. 그 힘든 일을 더 이상 안 해도 되는 날, 정의와 사랑의 완성이신 주님의 품에 안겨, 옳지 못한 것으로부터 구원해 주시는 주님의 품에 안겨, 더 이상 옳은 일을 하느라 수고하지 않아도 되는 날, 그날이 바로 안식일이다.

 

기독교인이 안식일을 지키면서, 즉 주일을 지키면서 감동과 감격이 없는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옳은 것을 지키려고 죽도록 고생해보지 않은 채, 그저 자기 욕심에 따라, 즉 육신의 정욕, 안목의 정욕, 이생의 자랑을 위해 노동을 하다 교회 와서 주일을 지키려니, 안식일에 감동 감화가 없는 것이다.

 

고통에서 놓이는 순간, 우리는 안식을 얻는다. 그러나 우리는 무엇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는가? 우리는 어떠한 고통 속으로 우리의 삶을 밀어넣고 있는가? 옳은 것을 위해 우리는 기꺼이 고통 속으로 들어가는가? 그렇지 못하다 보니, 안식일에 주님의 품에 안기는 일이 기쁘지 못하고 감사하지 못하다. 그렇지 못하니, 안식일에 쉬면서도 쉼을 얻지 못한다.

 

안식일에 안식하지 못하는 가련한 우리들이여.


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