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명구령운동과 세화하늘축제

 

한국 개신교인들에게 ‘1903년 원산대부흥운동이나 ‘1907년 평양대부흥운동은 잘 알려져 있으나, 1909년에 거국적으로 일어났던 백만명구령운동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1903년 운동은 1907년 운동을 불러왔고, 1907년 운동은 1909년 백만명구령운동을 불러왔다고 볼 수 있다. 190910, 서울에서 열린 복음주의선교회공의회백만명구령운동1910년 공의회의 전도 운동으로 채택하고 운동을 전개했다.(옥성득, <다시 쓰는 초대 한국교회사>, 381)

 

그 당시 한국 개신교 신자는 20만명 정도였는데, 한 사람당 4명씩 전도하면 백만명구령운동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용된 구령 운동 수단은 기도와 성경과 날연보였다. (옥성득, 382). 여기서 주목하여 볼 것은 날연보이다. 날연보란 전도하기로 결단하고 1년 중 며칠을 전도에 바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하루를 전도에 바치거나, 7일을 바치거나, 또는 30일을 바치는 것이다. 자신이 정한 날만큼 주님께 날연보를 바치면, 그 날 수만큼 바깥에 나가서 사람들을 전도하는 데 헌신하는 것이다. 그 당시의 기록을 보면, 백만구령운동에 참여한 교인들이 바친 날연보의 총합계는 ‘100,000’일이 넘었다. (옥성득, 382).

 

백만구령운동이 일어난 1909년과 1910은 한국 역사에서 가장 힘든 시기 중 하나였다. 우리가 알다시피, 1910년 한국은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는 수치를 겪었고, 그 이후 삶의 전반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아무리 정교분리를 주장하며 신앙생활을 유지하려 해도, 일제의 기독교 탄압은 백만구령운동 뿐 아니라 그 이후에 전개된 모든 기독교 부흥운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한국 교회사가 옥성득 교수는 백만명구령운동을 이렇게 평가한다. “애국계몽 운동인 백만명구령운동은 단순한 전도 운동이 아니라 교회 설립 운동, 교육 운동, 계몽 운동이 결합한 구국 운동이었다. 비록 의병 전쟁처럼 물리적으로 일제에 저항하지는 않았지만, 신앙과 교육을 통해 미래를 책임질 십자가 군병을 모집하는 운동이었다”(옥성득, 389-390).

 

기독교 2천년의 역사는 차치하고서, 한국 기독교사에서 이어온 부흥운동(부흥회)’은 한국 기독교 선교 초기부터 100년을 넘게 이어온 가장 오래된 전통 중 하나이다. ‘세화하늘축제는 우리 교회만의 외톨이 행사가 아니라 한국 기독교의 역사의 맥락 속에 있는 역사적 행사이다. 우리는 그 역사의 맥락 속에서 세화하늘축제를 열면서 지금 우리 시대, 우리가 처한 현실에서 무엇을 하나님께 드려 하나님의 나라를 전파하며 우리의 민족을 구원하고 있는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부흥운동의 빛이 많이 바랬다. 110년 전, 백만명구령운동 때 우리의 신앙의 선배들은 며칠을 하나님께 날연보하며 헌신했지만, 요즘에 우리는 몇 시간도 시연보할 수 없을 정도로 바쁜 삶을 살고 있다. 게다가 교회의 부흥운동은 세상의 이벤트에 밀려 매력적이지 못한 종교행사로 전락하고 말았다. 예를 들어, 세화하늘축제가 열리는 날과 한국의 인기 보이 그룹 ‘BTS(방탄소년단)’의 공연 날짜가 겹친다. 비싼 BTS 공연에는 구름 떼처럼 사람들이 몰려들지만, ‘값없이와서 생명수를 먹을 수 있는 부흥회는 초라한 집안 잔치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LA에서 하는 BTS 공연이 실제로 우리 교회 행사에 영향을 미친다. 대단한 보이 그룹이다.)

 

백만명구령운동과 관련하여 옥성득 교수는 한 가지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올바른 부흥 운동은 현실과 이성을 초월하는 메시지를 선포하는 동시에 시대 정신을 이끌 비전을 제시하는 운동이어야 한다”(옥성득, 390). 부흥회에 오지 않고 BTS 공연에 몰려드는 사람들에게 힐난의 눈빛을 보낼 수 없게 만드는 문장이다. 교회는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떠한 현실과 이성을 초월하는 메시지를 선포하고 있으며, 시대 정신을 이끌어 갈 어떠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가.

 

분명한 것은 세화하늘축제는 우리 교회만의 집안 이벤트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부흥운동은 역사와 연결되어 있고, 역사를 새롭게 하며, 역사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세화하늘축제에 주님께서 보내주신 사자(messenger)를 통하여 지금 우리 시대, 우리가 처한 현실을 뚫고 지나가는 시대 정신과 비전을 발견하는 성령의 역사가 일어나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한다.

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