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 드리는 편지 3
받은 사랑은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아버지 사랑 때문에 아들을 낳고 싶었는데
그것이 일종의 믿음처럼 작용해서,
아버지!
그 믿음대로 아들을 낳았습니다.
처음에는 매우 낯설었습니다.
믿음대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이처럼 낯선 경험인 것 같습니다.
믿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믿음대로 이루어졌다는 그 사실 때문이겠지요.
믿음이란 원래 우리 인간에게
낯선 경험이니까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들의 울음소리와
아들이 뿜어내는 부드러운 냄새는
비로소 그 낯설음의 껍질을 깨고
그 안에 담겨 있던 아버지에게 받았던 사랑의 기억을
떠오르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아버지도 저처럼
아들의 울음소리가 감미로운 음악처럼 들렸었겠죠.
아버지도 저처럼
아들이 뿜어내는 그 냄새,
실은 똥냄새와 땀냄새가 함께 뒹구는 냄새가
이 세상의 어느 향수보다도 향기로웠겠죠.
그래서 요즘엔 매우 행복합니다.
이 행복은 기쁨으로 가득찬 행복입니다.
잠에서 깨어나 눈을 떠도 아들이 있고,
일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와도 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매일 그 자리에 있는 아들을 통해
매일 그 자리에 계셨던 아버지를 봅니다.
아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어느 순간
아들은 제가 되고
저는 아버지가 되는 듯 합니다.
아버지!
오늘은 아들을 품에 한 번 꼭 안아보세요.
저 멀리 구름은 추억처럼 흘러갑니다.
보고 싶습니다.
아버지.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떤 크리스마스 이브 (2) | 2012.11.07 |
---|---|
서두르지 말라 (1) | 2012.11.07 |
아버지께 드리는 편지 2 (0) | 2012.11.07 |
한 사람을 위한 고독 (3) | 2012.11.07 |
노란과자와 빨간 과자 (0) | 2012.11.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