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2012. 11. 7. 05:52

아버지께 드리는 편지 3

 

받은 사랑은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아버지 사랑 때문에 아들을 낳고 싶었는데

그것이 일종의 믿음처럼 작용해서,

아버지!

그 믿음대로 아들을 낳았습니다.

 

처음에는 매우 낯설었습니다.

믿음대로 이루어진다는 것은

이처럼 낯선 경험인 것 같습니다.

믿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믿음대로 이루어졌다는 그 사실 때문이겠지요.

믿음이란 원래 우리 인간에게

낯선 경험이니까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들의 울음소리와

아들이 뿜어내는 부드러운 냄새는

비로소 그 낯설음의 껍질을 깨고

그 안에 담겨 있던 아버지에게 받았던 사랑의 기억을

떠오르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아버지도 저처럼

아들의 울음소리가 감미로운 음악처럼 들렸었겠죠.

아버지도 저처럼

아들이 뿜어내는 그 냄새,

실은 똥냄새와 땀냄새가 함께 뒹구는 냄새가

이 세상의 어느 향수보다도 향기로웠겠죠.

 

그래서 요즘엔 매우 행복합니다.

이 행복은 기쁨으로 가득찬 행복입니다.

잠에서 깨어나 눈을 떠도 아들이 있고,

일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와도 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매일 그 자리에 있는 아들을 통해

매일 그 자리에 계셨던 아버지를 봅니다.

아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어느 순간

아들은 제가 되고

저는 아버지가 되는 듯 합니다.

 

아버지!

오늘은 아들을 품에 한 번 꼭 안아보세요.

저 멀리 구름은 추억처럼 흘러갑니다.

보고 싶습니다.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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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