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2012. 11. 7. 05:48

한 사람을 위한 고독

 

밤이라서 좋다기보다, 겨울 밤이라서 좋았을 거다.

숨을 쉬면, 목을 타고 들어오는 밤 공기가

가슴 속에 담아둔 오래된 이야기를 생각나게 해서 좋았을 거다.

코끝이 찡한 이유는 그 이야기 때문이지,

밤 공기가 차가워서 그렇지는 않았을 거다.

입김이 서리는 이유는 차가운 공기 때문이 아니라,

뜨거운 가슴 때문이었을 거다.

눈물이 핑 도는 이유는 입김에 묻어 하늘로 날아 오르다 흩어지는

그리움 때문이었을 거다.

두 손을 모으는 이유는 그 눈물을 감추기 위해서였을 거다.

한 숨이 깊은 건 밤이 깊어서가 아니라

그리움이 깊어서 그랬을 거다.

한 숨도 못 잔 건 밤이 좋아서, 그것도 겨울 밤이어서가 아니라

가로등 밑에서 서성일지 모르는 그 사람 때문이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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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