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2012. 11. 7. 05:45

병신처럼 살아도 괜찮어

 

병신자식이 효도한다는 옛말이 있어

 

내가 오늘 신문을 봤는디

한국이 급속하게 고령사회로 접어드는 바람에

노인문제가 가장 큰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는 내용이여

 

요즘엔 그렇게 부모를 내다 버리는 사람이 많은가벼

특별히 치매노인이 많이 버려진다나벼

요양원에 버려진 어느 노인네는

딸자식이 자신을 여기에 버리고 갔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하루 종일 딸이 쥐어준 핸드폰만 부여잡고 산다는 기사를 봤어

 

병신자식이 효도한다는 옛말이 있어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알어?

 

잘난 자식은

지 잘난 거 자랑질 하러 다니느라 부모님 돌아볼 시간이 없는겨

잘난 자식은

너무 바빠서 부모님과 놀아드릴 시간이 없는겨

잘난 자식은

지가 혼자 큰 줄 아는겨

지가 아장아장 걸을 때 부모님이 손잡아 준거를 기억 못하는겨

지가 커갈 때 부모님이 함께 놀아준 것을 모르는겨

지는 지가 혼자 걷게 된 줄 아는겨

지는 지가 혼자 큰 줄 아는겨

 

병신자식이 효도한다는 옛말이 있어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알어?

 

병신자식은 자랑질 할 거리가 없어서 어디 돌아다닐 데도 마땅치 않은겨

병신자식은 세상이 무서워서 부모님 곁을 떠날 엄두도 못내는겨

세상은 이런 사람을 병신 쪼다라고 하지만

그거 알어?

그래도 부모님 아플 때 손잡아 주는 것은 병신자식인겨

부모님 돌아가실 때 임종 지키는 것은 병신자식인겨

돌아가시고 나서 부모님 그리워하며 눈물 흘리는 것도 병신자식인겨

 

잘난 자식은 잠깐 왔다 잠깐 보고 가지만

병신자식은 늙으신 부모님 그림자처럼 늘 곁에 있는겨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 못한다는 말처럼

늙으면 죽어야 한다는 못된 말 하면 못쓰는겨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 내가 끝까지 책임지는거 당연하거 아녀?

이거 하나만 잘해도 인생은 성공인겨

나라를 구하면 뭘 하고

유명인사가 되어 칭송을 받으면 뭐 할겨

지 낳아주신 부모님 갔다 버리면서

지 낳아주신 부모님 심심해 죽게 만들면서

지 낳아주신 부모님 외로워 죽게 만들면서

 

너무 잘난 놈 되려고 하지 말어

잘난 놈 돼봤자 부모님만 외롭게 만드는겨

그냥 좀 병신처럼 살면 어뗘?

병신처럼 살아도 괜찮은겨

병신자식이 효도하는겨

그러면 인생 성공한거라니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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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