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4대 악과 비판

 

역사의 4대 악으로, 파시즘, 공산주의, 인종주의, 식민주의를 꼽는다. 모두 인류 역사에 해악을 끼쳤기 때문이다. 특별히 위의 4가지 '이데올로기'는 인간성을 해치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에 인류의 역사에서 4대 악으로 분류된다.

 

민주의의와 자유주의, 그리고 자유시장경제를 주창하는 서구사회에서 파시즘과 공산주의는 맹렬한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서구사회에서 인종주의와 식민주의가 맹렬한 비판을 받지 못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은 자신이 경험한 고통의 한계 내애서만 세상에 눈을 뜨고, 그 세상에 대하여 비판을 가할 수 있다. 서구사회가 파시즘과 공산주의에 비판을 가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이데올로기들 때문에 고통을 겪어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구사회가 인종주의나 식민주의에 대하여 비판을 쏟아내지 못하는 이유는 그들이 인종주의나 식민주의의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종주의나 식민주의 비판은 서구사회가 아닌 아프리카나 아시아같은 제3세계에서 가해져 왔다.

 

그러나, 서구사회에서 제3세계가 가하는 인종주의나 식민주의 비판에 대하여 들어주는 척 하나, 실상은 별로 귀담아듣지 않는다. 아니, 그러한 감수성이 서구사회에는 없다. 인종주의나 식민주의를 통해 고통을 당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쟁이 치열한 사회일수록 '제국주의'적인 사고가 사람들을 지배하게 되고, 역사의 4대 악은 일상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난다.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여, 상대방을 제압하고,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 시키기 위해서는 역사의 4대 악 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경험한 일상에서 역사의 4대 악이 표면적으로는 드러나 있지 않은 것 같으나, 실상 내면에 흐르는 메커니즘은 인류의 역사에서 인간성을 해쳐온 이들 이데올로기가 꿈틀댄다.

 

세상은 자꾸 인간들로 하여금 '선택'하라고 종용하는 것 같다. 야수가 될 것인가, 인간이 될 것인가. 야수가 되면 상대방을 제압할 때 느끼는 짜릿함을 맛볼 것이나 인간성을 잃게 될 것이고, 인간이 되면 온통 절제로 가득 찬 인생이라 고통스러울 것이나 인간성을 간직하게 될 것이다.

 

이미 세상은 야수사회가 된 듯 하나, 여전히 인간성의 아름다움을 지키며 사는 사람들을 만날 때, 우리는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다.

 

사람들은 요즘 '바이러스' 때문에 두려워하며 피곤한 삶을 산다. 그러나, 정신의 바이러스는 별로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다. 아마도 이미 정신의 바이러스에 지배당하여 살고 있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두려운 마음을 갖는 것만큼, 정신의 바이러스에도 두려워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이 시대에 정작 필요한 'Quarantine(격리)'은 무엇인가? 하루를 살아도 인간답게 살다 죽으면 영예로운 것이지만, 백 년을 살아도 짐승처럼 살다 죽으면 수치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짐승처럼 백 년을 살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지만, 정작, 인간답게 하루를 살기 위해 어떠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가.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