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2013. 8. 15. 02:16

연탄

 

월동준비의 꽃은 연탄

아홉 개의 구멍에서 꽃처럼 불을 피워내서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동면하지 못하는 인간들의 몸과 마음은

일정 온도를 유지하지 못하면 동사하고 마는데

무엇보다 연탄은 그 일에 쓸모가 있었다

연탄 들어오는 날

온 가족은 줄지어 하나가 되고

광 한 켠에 착착 쌓여가는 연탄을 바라보며

걱정을 덜어냈다

이미 마음은 동사를 면하고

몸은 아랫목을 향하고 있었다

겨울 내 제 몸을 불사르는 연탄 꽃 덕분에

몸과 마음은 화사했다

춘 삼월 꽃 샘 추위를 이겨낸 봄꽃이 피기까지

겨울 내 연탄 꽃은 활활 피어 올랐다

그것은 모두 부지런한 아버지 덕분이었다

그렇게 나는 아버지한테서 성실을 배웠다

 

봄은 성실하게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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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