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2013. 8. 5. 15:02

우주소년 아톰

 

난데 없이 로봇을 만들어 달라는 아들

자기는 로봇을 조종하고 싶단다

침대에 팔베개를 하고 나란히 누워

아버지는 아들에게

아버지의 어릴 적 꿈을 들려준다

 

아버지는 우주소년 아톰처럼

지구를 지키는 지구방위대가 되고 싶었어

 

아버지의 어릴 적 꿈 이야기를 듣던 아들이

자기도 아버지처럼 지구를 지키는 사람이 되고 싶단다

 

그래서 아버지는 아들에게 멋진 이름을 들려준다

로보트 태권 브이

마징가 제트

그랜다이저

독수리 오형제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지구를 지키는 지구방위대

아버지는 아들에게

주제곡을 흥얼거려주고

아들은 어느새

아버지처럼 꿈을 꾼다

 

아버지의 푸르렀던 꿈을

제 꿈인 양 가슴에 꼭 품고 잠든 아들을

바라보는 아버지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렇게 속삭인다

 

이 녀석 이 다음에 크면

지구를 지키기는커녕

자기 자신을 지키는 일조차도

얼마나 힘든 지 깨닫는 날이 오겠지

 

아버지는 오늘 밤 우주소년 아톰이 되어

우주를 날아 다니는 꿈을 꾸고

아버지의 꿈은 아들의 가슴에 전설로 남는다

'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탄  (1) 2013.08.15
자본주의적인 시  (1) 2013.08.09
세상에서 가장 짧은 인생론  (3) 2013.06.22
나그네와 나룻배  (3) 2013.06.17
장화와 우비  (1) 2013.05.19
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