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화와 우비
화창한 날
나는 장화와 우비를 산다
그것은 우연이 아니다
엄마 뱃속에서
터져나올 때부터 생긴
내 소망의 성취다
나는 빗물 고인듯한 엄마 뱃속이 싫었다
거기서 나는
벌거벗긴 채로 세상에 내몰린
어린아이였다
거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온몸으로 빗물을 견뎌내는 것 밖에
없었다
화창한 날
나는 장화와 우비를 산다
그것은 비를 기다리는 낭만이 아니라
그것은 오히려
비를 비켜가기 위한 제의(祭儀)이다
나는 햇살처럼 방끗 웃기 위하여
화창한 날을 꿈꾼다
화창한 날
장화와 우비를 곱게 차려 입고
꿈,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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