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2013. 5. 19. 05:42

장화와 우비

 

화창한 날

나는 장화와 우비를 산다

그것은 우연이 아니다

엄마 뱃속에서

터져나올 때부터 생긴

내 소망의 성취다

나는 빗물 고인듯한 엄마 뱃속이 싫었다

거기서 나는

벌거벗긴 채로 세상에 내몰린

어린아이였다

거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온몸으로 빗물을 견뎌내는 것 밖에

없었다

화창한 날

나는 장화와 우비를 산다

그것은 비를 기다리는 낭만이 아니라

그것은 오히려

비를 비켜가기 위한 제의(祭儀)이다

나는 햇살처럼 방끗 웃기 위하여

화창한 날을 꿈꾼다

 

화창한 날

장화와 우비를 곱게 차려 입고

,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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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