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어

 

요즘 한국 신문을 보면 외래어 표기법이 달라진 것을 본다. 가령, 할로윈을 '핼러윈'이라고 쓴다던가, 산호세를 '새너제이'라고 쓰는 경우를 본다.

 

원어의 발음을 최대한 살리려는 노력으로 보이나 매우 어색하다. 원어를 그대로 표기할 것 아니라면, 굳이 원어의 '발음'을 따라서 표기할 필요가 있나 싶다.

 

외래어는 우리 나라 말에 없는 단어를 그 나라 말에서 가져다 쓰는 것이다. 우리 나라에는 버스를 나타내는 단어가 없다. 그래서 버스를 가져다 쓴다. 택시도 마찬가지다.

 

외래어를 가져다 쓸 때, 단순히 외래어를 가져다 쓰는 것이 아니라 그 단어가 지칭하는 것을 잘 표현해 주는 한국어를 구사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결국 외래어도 한국어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아 가는 것이다.

 

'산호세'라는 외래어는 단순히 영어의 발음을 옮겨 적은 것을 넘어 '산호세'가 지칭하고 있는 도시의 이미지를 떠오르게 한다. 그렇다고 산호세가 영어 발음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 영어 발음과 매우 흡사하다. 그런데, 요즘 한글의 외래어 표기법을 보면, 산호세가 아니라 '새너제이'라고 함으로써 외래어 발음을 최대한 살리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외래어 발음을 살리려는 의도는 알겠으나, 그럴거면 그냥 외래어를 적지 왜 한글로 옮겨 적는가. 산호세라는 외래어는 산호세라는 도시의 이미지를 떠올려 주는 동시에 외래어의 한글화가 된 것 같지만, 새너제이는 왠지 그냥 외래어 발음을 적어놓은 것 같다.

 

외래어인 '오렌지' Orange의 발음 표기를 넘어서, 그것이 지칭하고 있는 과일을 떠오르게 만들어 준다. 굳이 Orange의 영어 발음을 최대한 구현하겠다고 '오륀지'라고 표기하면, 왠지 어색하다. 한국어 느낌이 안 나고 그냥 번역투 느낌이 날 뿐이다.

 

Halloween '핼러윈'이라고 표기한다고 해서, 그것이 영어 발음에 가까운 것은 아니다. 실제로 미국 사람들은 '핼러윈'이라고 발음하지 않는다. 영어 발음을 완벽하게 한국어로 표기할 수 없다. 'San Jose'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새너제이'라고 표기한다고 영어 발음을 완벽히 구현하는 게 아니다. 실제로 미국 사람들은 San Jose '새너제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외래어를 한국어로 표기할 때는 우리 말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언어적 특성을 살려 외래어를 한국어화시켜서 창조적으로 표현할 필요가 있다.

 

그런 면에서 나는 '핼러윈'보다는 '할로윈'이 더 좋은 한국어 표기라 생각하고, '새너제이'보다는 '산호세'가 더 좋은 한국어 표기라 생각한다.

 

언론사들이 외래어에 대한 한국어 표기를 조금 더 창조적이고 주체적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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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