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나는 누군가에게 이방인이다
아니 나는 모두에게 이방인이다
저녁거리,
그 쓸쓸한 풍경을 만들어내는 노을로
고개를 돌리는 건
여기에서는 불경한 짓이다
그 너머 있는
무지개 마을을 상상하는 건
여기에서는 교수형감이다
이들에게 어제는 먼 미래와 같고
먼 미래는 태초와 같다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 해도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겠다는 마음조차
괴로운 상상인 것은
이들에게 내일은
아직 경험되지 못한
감각의 바깥 시간이기 때문이다
어제 나는 자전거를 타고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석양에 기울어지는 그림자만
나를 바싹 뒤쫓았을 뿐,
내가 거리를 돌며 본 건
옛날 사람들뿐이었다
그들에게서 발견한 오싹한 느낌,
그들은 모두 예전에
죽은 적이 있었던 것 같았다
나는 도대체 어느 시간을 살고 있는 것일까
아직 죽음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는
이 세상에 없는 이방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