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반성의 시간

 

구약의 열왕기는 자기 반성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라가 망하고 바벨론 포로로 끌려간 이스라엘은 역사를 돌아보며 자기 반성을 진지하게 합니다. “왜 하나님의 선민 이스라엘은 멸망 당하여, 바벨론의 포로로 끌려 왔는가?” 열왕기에서 배워야 하는 것은 ‘자기 반성’입니다. 열왕기는 단순히 이스라엘의 역사를 기록한 게 아닙니다. 철저한 자기 반성입니다. 열왕기를 ‘성경’으로 읽는 그리스도인은 열왕기를 통해서 반드시 자기 반성을 배워야 합니다.

 

자기 반성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자기 반성을 잘 하지 못합니다. 마땅히 자기 반성에 쏟아부어야 할 시간을 유튜브 보거나 SNS를 확인하는데 빼앗깁니다. 칼 뉴포트(Cal Newport)는 자신의 책 ‘딥 워크’(deep work)에서 무엇인가에 몰입하는 것을 힘들어 하는 현대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스마트폰의 사용으로 인하여 현대인들은 어느 한 가지 일에 몰입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자꾸 집중력이 감소됩니다. 칼 뉴포트는 하나의 일에 3-4시간 집중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보여줍니다. 요즘 시대에, 한 가지 일에 3-4시간 집중하면 큰 성공을 거두는 대가가 될 수 있다고까지 말합니다. 그만큼 대부분의 현대인들에게 한 가지 일에 3-4시간 집중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교회 다니는 사람들은 그나마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보다 낫다고 생각합니다. 교회 다니는 사람들은 적어도 예배 시간만큼은 집중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신앙생활 마저도 안 하는 사람들은 스마트 폰을 내려놓고, 어느 한 가지에 몰입하고 집중하는 일에 더 큰 어려움을 느낄 것입니다. 그러한 훈련을 할 수 있는 삶의 자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열왕기하 21장은 므낫세 왕의 치세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열왕기상 1장에서부터 시작된 이스라엘의 자기 반성은 열왕기하의 후반부로 갈수록 멸망의 원인에 대한 직접적인 원인과 반성을 쏟아놓습니다. 므낫세 왕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곳에서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멸망한 원인을 ‘출애굽 때부터 이스라엘이 죄를 쌓고 쌓은 것’에서 찾습니다. 죄는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쌓이는지조차 모를 수 있습니다. 자기 반성의 시간을 진지하게 갖지 않으면, 어느새 죄는 쌓이게 마련입니다.

 

성경에 보면, 죄사함의 표현을 ‘씻다’(wash)라는 말을 통해서 합니다. 몸을 생각하면 죄를 씻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림언어로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실제, 몸을 씻지 않고 살면 온갖 질병에 걸려 일찍 죽을 가능성이 큽니다. 홈리스들에 대한 보건의학 통계를 보면, 홈리스들은 일반 사람들에 비해서 질병이 많고 수명이 짧다고 합니다. 물론 가족 또는 사회에서 소외되어 외롭고 힘든 것 때문이기도 하지만, 좀 더 직접적인 원인은 위생이라고 합니다. 홈리스들은 잘 씻지 않습니다. 씻을 수 있는 시설에 접근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홈리스들은 위생에 어려움이 있어 일반인들에 비해서 질병에 걸릴 확률도 높고 평균수명이 현저하게 짧다고 합니다. (우리 교회에 늘 오던 홈리스들이 오랜 동안 안 보이는 것을 보면, 어쩌면, 이미 세상을 떠났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도 합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 참 마음이 아픕니다.)

 

잘 씻기만 해도 병에 걸리는 것을 많이 예방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죄를 씻는다는 것은 죄를 쌓아 두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는 살면서 죄를 짓지 않을 수는 없으나, 적어도, 죄를 쌓아 두지 않을 수는 있습니다. 신앙의 능력, 신앙의 유익이 여기에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부르는 행위, 즉 예배는 ‘씻는 행위’입니다. 매일 씻지 않으면 때가 쌓여서 몸이 불결해지고 병약해지기 쉬운 것처럼, 정기적으로 예배를 드리지 않으면 우리의 영혼은 어느새 보이지 않는 죄를 쌓아 놓게 됩니다. 죄는 영혼의 바이러스와 같아서 제때 씻어내지 않으면, 또는 치료하지 않으면 큰 문제를 일으킵니다.

 

자기 반성은 결국 ‘씻는 행위’입니다. 나의 영혼(soul)에 혹시라도 쌓일지 모르는 죄를 부단히 씻어내는 행위입니다. 씻기만 잘해도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것처럼, 자기 반성만 잘해도 인생을 복되고 값어치 있게 살 수 있습니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영혼이 깃드는 것도 맞는 말이고, 건강한 영혼이 육체를 건강하게 보존하는 것도 맞습니다.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고, 자기 반성의 시간을 가져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현대인들의 삶의 성패를 가릅니다. 자기 반성의 시간을 통해 삶이 더 풍성해지기를 소망합니다.

'파루시아를 살다(신학묵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종말인가 종말론인가  (0) 2023.12.08
신적인 것  (1) 2023.12.07
제국과 교회  (0) 2023.11.28
한국 사회의 두 가지 불행  (1) 2023.11.28
감사절 풍경  (1) 2023.11.27
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