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설교란?]
정현종은 릴케의 시를 읽을 때마다, 릴케는 시를 통해 말을 한다기보다 깊이 듣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릴케의 시 읽기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정현종은 좋은 시란 어떤 시인지 이렇게 말한다. "말로써 말이 많은 얄팍한 시가 있는가 하면, 말은 말이되 깊이 경청하고 있는 듯한 시가 있는데"(두터운 삶을 향하여, 44쪽).
나는 유튜브 설교를 잘 듣지 않는다. 우리 교회도 내 설교를 유튜브에 올리지만, 일차적으로 예배에 참석하지 못한 우리 교회 교우들을 위해 올리는 것이지, 다른 누가 들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올리는 게 아니다. 유튜브는 1인 방송 시대를 열어 방송권력을 민주화시키는 데 공헌했지만, 반대로 거대한 미디어 홍수의 시대를 이끌기도 했다. 홍수가 나면 먹을 물도 없어지는 법이다.
나는 얼굴과 얼굴을 맞대어 보면서, 인격적인 눈맞춤이 있는 설교를 좋아한다. 미디어를 통해 듣는 설교보다, 그냥 설교자와 대면하여 듣는 설교를 좋아한다. 그래서 유튜브 설교는 듣지 않는다. 이런 나의 습성 때문에 나는 이번에 산타클라라교회 집회를 통해 김기석 목사님 설교를 처음 들었다. 책을 통해서 만나고, 그리고 책 출간 때문에 몇 번 만나 뵙기는 했지만, 김기석 목사님의 설교를 들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기석 목사님의 설교를 들으면서 정현종 시인이 위에서 한 말이 떠올랐다. 김기석 목사님의 설교는 마치 릴케의 시와 같았다. 말은 말이되 깊이 경청하고 있는 듯한 설교였다. 나는 지금 김기석 목사님을 '찬양'하고 있는 게 결코 아니다. 한 설교자의 설교 행위가 얼마나 깊은지 '분석'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늘 나의 설교가 베토벤 교향곡 9번 '환희' 같기를 바랬다. 이것은 정현종 시인이 릴케의 시를 통해서 느끼는 것과 같은 것이다. 나는 나의 설교가 '설교이되 깊이 경청하고 있는 듯한 설교'가 되기를 바랐다. 그런데 그게 바람대로 되면 얼마나 좋겠는가. 참 어려운 일이었다. 나는 지금도 설교를 마치면 청자의 입장에서 내 설교를 들으며 모니터링을 한다. 부끄럽기만 하다.
좋은 설교란 말하는 설교가 아니라 듣는 설교이다. 좋은 설교란 설교로써 말이 많은 설교가 아니라 설교이되 깊이 경청하고 있는 듯한 설교이다. 이러한 설교를 하려면 평소에 경청을 잘 하는 연습을 하고, 실제의 삶 또한 경청이 몸에 밴 삶을 살아야 가능할 것이다. 그러므로 설교를 잘 하려면, 말을 많이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말을 멈추고 경청하는 것을 연습해야 할 것이다.
정현종 시인은 말한다. "잘 듣는다는 것은 영혼의 깊이와 넓이를 기약하는 대단히 중요한 능력이며 따라서 삶과 세계를 두텁게 하는 능력이다"(두터운 삶을 향하여, 45쪽).
설교이되 경청하고 있는 듯한 설교를 하는 설교자가 있다는 것은 참 축복이다. 그런 면에서 김기석 목사님은 우리 시대의 큰 바위 얼굴이다. 물론, 여전히, 내가 앞으로 김기석 목사님의 설교를 듣기 위해 유튜브를 켜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인격적인 눈맞춤이 없는 설교를 나는 듣지 않는다. 그것은 그냥 엔터테인먼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런 분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나는 '큰 바위 얼굴'이 되기 위하여 더욱더 유튜브를 끄고(전자기기를 끄고), 경청하는 일에 몰두하게 될 것이다. 자연에, 사람에, 책에, 시대에, 아픔에, 더 귀를 기울이고, 경청하고, 그렇게 경청하여 얻는 선물을 설교에 녹여내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래서 나도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설교이되 깊이 경청하는 설교'를 하는 설교자라는 고백을 받고 싶다.
이 시간, 가장 떠오르는 사람들은, 나의 부족한 설교를 매주일 들어주는 우리 교회 교우들이다. 이렇게 고마운 분들을 주님께서 돌보아 주시길, 그리고 이 부족한 사람을 주님께서 불쌍히 여겨 주시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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