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성과 영적 크론병

 

Holiness, 즉 거룩성이라는 말은 온전한 전체를 말한다. 거룩하다는 것은 어떠한 행동이나 모양이 아니라, 존재의 완전성을 말한다. 가량 점잖게 앉아 있다든지, 손을 높이 들고 기도한다든지 하는 행동이나 모양(동작)은 거룩을 담아내는 게 아니다. 물론 주일에 교회(또는 어떠한 성스러운 장소) 가는 행위도 거룩을 담아내는 게 아니다. 성스럽다는 것, 거룩하다는 것은 존재의 완전성을 이루고 견지하는 것에 대한 용어이다.

 

그런 면에서, 현대인은 성스러움에서 먼 삶을 살아가고 있다. 왜냐하면, 현대인들은 인간성을 말도 못하게 상실한 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성스러움을 찾고, 거룩함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은 인간이 원래 지닌 인간성을 완전하게 회복할 때이다. 또는 인간성 회복을 향해 불굴의 의지를 보일 때이다.

 

우리는 얼마나 인간성이 모자란 삶을 살고 있는가. 이 세상은 인간성을 갉아먹으며, 그 패인 인간성을 보충하는 방법으로 거짓된 것을 인간의 품에 안겨준다. 사람들은 그 거짓말에 속아 그것만 손에 쥐면 자신의 인간성이 회복되어 성스러운 인간, 거룩한 인간으로 구원받을 거라고 착각하며 산다.

 

거룩은 구원의 징표이다. 구원받았다는 것은 온전한 전체가 되었다는 뜻이다. 하나님을 거룩이라는 말로 표현하는 이유는 하나님의 완전성 때문이다. 하나님은 온전한 전체이다. 그리스도를 거룩하다고 하는 이유, 성령을 거룩하다고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리스도를 구원의 주님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도 그리스도를 통해 신적인 완전에 도달할 수 있는 길이 인간에게 열렸기 때문이다.

 

인간성의 온전함(인간성 자체)을 헤치는 현대사회의 어두운 일들에 맞서 싸우는 것은 그리스도를 통해 완전에 이르고자 하는 그리스도인들의 과제이다. 그 싸움을 위해 우리를 교회로 부름 받았으며, 그 싸움을 성실하게 수행하고자 교회는 영적 무장을 한다. 인간성을 헤치는 모든 것은 존재의 적(enemy)이다


그런데, 불행한 일 중 하나는 무엇이 인간성(존재)을 헤치는 적인지 분별하는 지혜가 우리에게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꼭 면역체계가 고장나서 엉뚱한 세포를 공격하여 몸을 상하게 하는 크론병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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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