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종교를 만날 때

 

한국의 대표적인 교회 중 하나인 온누리교회가 창조과학을 주장하는 이재만 씨를 불러 교사교육을 시키는 행사를 두고 논란이 심한 모양이다.

 

마르크스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모든 비판은 종교의 비판에서 시작된다." 그가 이런 말을 한 이유는 종교가 항상 궁극적이고 절대적인 타당성을 가진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과학이 종교를 만나면 이런 일이 발생한다. 종교를 등에 업은 과학은 궁극적이고 절대적인 타당성을 확보하기 마련이다. 창조과학이 대표적인 예이다.

 

창조과학의 가장 큰 잘못 중 하나는 자신들의 주장은 '성서적', 즉 종교적이고, 현재 과학계에서 말하고 있는 주장을 넘어서는 절대성과 궁극성을 지니고 있다고 하는 확신에 있다.

 

이것만큼 큰 교만도 없다. 건전한 과학계에서는 자신의 발견을 확신하거나 맹신하지 않는다. 그것을 종교적 이상으로 끌어 올려 궁극적이고 절대적인 타당성을 지닌 것인양 말하지 않는다. 과학의 가장 큰 덕목은 겸손이다. 그래서 과학은 모든 것을 '가설'로 상정하는 지혜를 지니고 있다. 열린 결론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창조과학은 '과학'을 표방하면서 과학계가 지니고 있는 '겸손'의 덕목을 지니지 못하는 것인가. 창조과학은 과학이 아니라, 종교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마르크스의 말처럼, 종교를 등에 업은 창조과학은 비판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온누리교회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면, 창조과학을 종교의 테두리 안으로 끌어오면 안 된다. 그리고, 창조과학을 소개했다면, 그와는 다른 시각을 지닌 현 주류 과학계의 입장에서 창조에 대한 해석도 동일하게 소개해야 할 것이다.

 

건전성과 열린 결론을 견지하지 못하는 종교는 참혹한 비판에 직면할 뿐이다. 종교는 그 존재가 신과 동일하지 않으며 신의 육화도 아니다. 그러므로, 종교는 진리를 향해 그 길을 뚜벅뚜벅 걸어갈 뿐이지, 진리를 담지한 궁극적이고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다.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종교, 그러한 겸손이 없는 종교는 폭력일 뿐이고, 인간의 영혼을 망가뜨리는 악마의 도구가 될 뿐이다.


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