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유토피아주의의 위험성

 

보수주의자들은 자유주의와 자본주의를 수호하려 든다. 그들은 '자유' '자본'이 사회의 평화와 발전에 유일한 기능적 기반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급진주의자들, 곧 사회주의자들은 사회주의적 유토피아를 꿈꾼다. 이들은 자신들이 제창하는 새로운 사회가 사회의 모든 악을 치유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보수주의자들이든 급진주의자들이든 모두 자신들의 관점에서 '유토피아'를 꿈꾼다. 그리고 자신들이 제시하는 사회적 토대가 유토피아를 가져올 거라고 주장한다.

 

이런 측면에서 교회주의자들도 이들과 다를 바 없다. 교회 유토피아주의자들은 교회가 '하나님 나라의 성취'인 것처럼 말한다. 그래서 교회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구원의 방주'이고, 교회의 일원이 되는 것은 유토피아에 입성하는 일이고, 교회는 새로운 사회이므로 세상의 모든 악을 치유하고 물리친 유토피아라고 주장한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일어난 종말론적 사건은 선취이지 성취가 아니다. 선취와 성취를 헷갈리면 안 된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 맞지만, 하나님 나라를 선취하신 그리스도의 몸이지, 하나님의 나라를 성취하신 그리스도의 몸이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이 종말론적 선취라고 말하는 이유는 십자가 사건, 그리고 그리스도의 부활 사건 이후에도 세상은 여전히 불의가 판을 치고 생명은 여전히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하나님 나라의 성취는 아직 미래를 향해 열려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선취되었기에, 하나님 나라의 성취는 너무도 확실한 진리인 것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현재의 자기 자신을 유토피아로 착각하면 안 된다. 여전히 교회는 부족하고, 싸워야 할 악이 존재하고, 채워야 할 고난이 남아 있다. 이것을 안다면, 교회는 스스로의 만족과 스스로의 안위 속에서 평안을 누릴 것이 아니라, 전투를 아직 끝내지 못한 군사로서 긴장과 경계를 늦추지 말고, '오고 있는 하나님 나라'를 향해 마음을 열고 미래를 준비하는 겸손한 공동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린 교회 유토피아주의자들은 사회의 적폐가 될 뿐이다.


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