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아침에

 

지난 주일, 우리는 3.1운동 100주년 기념 예배를 드렸다. 겉으로 만세 삼창은 안 했지만, 안으로는 만세 삼만창을 부르며 예배를 드렸다.

 

찬양예배라 예배의 분위기는 힘차고 흥겨웠고, 무엇보다 일본인이 지은 복음성가와 남궁억 선생님이 지은 찬송가를 함께 부르면서 과거를 돌아보며 미래로 나아가야 하는 우리의 운명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도 했다.

 

설교시간에 창세기의 요셉 이야기를 중심으로 '먼저 보냄을 받은 자'의 삶에 대해서 생각하며, 조국의 광복을 위해 '먼저 보냄을 받았던 자' 안창호의 삶을 병행해서 보았다. 그리고, 그리스도인, 즉 이 세상에 '먼저 보냄을 받은 자'로서 부름을 받은 우리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도전적인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우리는 예배를 드리며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북미정상회담'에서 평화협정이 아름답게 체결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주님께 한 마음으로 기도드렸다. 그런데,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북미회담이 성과 없이 마무리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왜 이렇게 마음이 속상할까? 한숨만 짓다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미국 뉴스에서는 '북미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하여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대하여 듣기 위해 NPR 뉴스에 귀를 기울였다.

 

NPR 뉴스는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 뉴스업체이다. 아무리 진보 뉴스 업체여도 이 방송은 미국 방송이다. 뉴스의 관점이 북한 외무성에서 내놓은 보도 자료나 남한 측의 관점과 달랐다.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이들은 트럼트 행정부가 내놓은 협상 결렬의 이유를 부각시켜 보도를 했다. 마치, 북한 쪽에서 협상을 받아 들일 준비가 안 되어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보도를 접하면서, 나라와 민족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 본다. 한 나라에는 정부가 있지만, 국제 무대에는 정부가 없다. 무정부 상태이다. 니버는 이점을 잘 지적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제 문제는 더욱더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1차 대전 후에 세워진 국제연맹이나 2차 대전 후의 국제연합(UN) 같은 연합 기구가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이유들을 말한다.

 

안창호는 한국이 일본에 국권을 빼앗기기 전, 국제 정세를 바라보면서 중일전쟁이 한국의 영토에서 발생하는 일을 두고, '나라가 힘이 없어서 그렇다. 힘을 키워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이후, 한국이 일본에 의해 국권이 빼앗기고, 독립운동이 전개되면서, 그는 계속하여 '힘을 키워야 한다'며 국민들을 조직하여 힘을 키울 방안을 줄기차게 마련하고 실천한다.

 

2차대전을 치르면서 세상은 '국가주의' '민족주의' 등이 얼마나 위험한지 학습했다. 그래서 그 이후 세상은 그러한 이념들을 넘어서 세계가 평화롭게 사는 방법을 모색해 왔다. 그리고 '세계화'라는 명목 아래 민족들 간에, 국가들 간에 교류를 활발하게 해왔다.

 

그러나, 그 세계화라는 것이 결국 경제를 통한 또 하나의 제국주의적 구상이었다는 것이 드러난 지금, 세계화를 통해 불평등과 국제분쟁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게 요즘 세계의 현실이다.

 

세계화가 아렌트가 말하는 '세계 사랑'의 철학을 바탕으로 인류애를 증가시키는 방향으로 발전되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세계화는 결국 경제강국(대국)들이 그렇지 못한 나라들에게 시장 개방을 강요하여 시장의 확장을 통해 자신들의 부를 늘려 가는 교묘한 착취에 불과하다는 것이 판명났다.

 

자국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국제 무대에서 힘이 약한 나라가 힘이 강한 나라를 상대하는 일은 쉽지 않다. 미국은 계속하여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북한을 압박할 것이고, 북한과 남한은 생존하기 위해서 발버둥 치게 될 것이다.

 

무정부 상태인 국제 무대에서 어려움을 당하지 않으려면, 안창호가 주장했듯이, '힘을 기르는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 힘이 도덕을 상실한, 남을 억압하고 착취하려는 힘이면 안 될 것이다. 안창호도 이점을 분명히 말하고 있다. 덕과 사랑을 상실한 힘은 그저 야만일 뿐이다.

 

NPR 뉴스를 들으니, 미국은 절대로 한국의 편에서 움직이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므로, 한국 정부도 자꾸 미국을 의지할 것이 아니라, 한국의 독자적인 생존을 위해서 북한의 핵 문제를 지혜롭게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고국, 대한민국이 '힘 센 나라'가 되면 좋겠다. 하지만, 그 힘이 '덕과 사랑'을 바탕으로 한 힘이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세상을 야만에 빠지게 만드는 파렴치한 나라가 아니라, 세상을 평화롭게 만드는 좋은 나라, 군자의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나라가 되기를, 3.1절 아침, 타향살이 중인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간절히 소망하며 기도한다.

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