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니티와 기독교인들의 오해

 

"신은 죽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니체가 선언한 말이다. 그런데, 이 말보다 더 적절한 표현은 "우리(인간)가 신을 죽였다"이다. 기독교인들은 이 말을 엄청 불편해 한다. 그리고 니체를 오해한다. 니체는 무신론자이고 기독교의 하나님을 부정한 불신자로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오해는 니체의 ''자도 모르는 무식과 '근대성'에 대한 역사적, 철학적 이해의 무지에서 오는 불행이다.

 

'근대(modern)' 또는 '근대성(modernity)'란 무엇인가? 근대의 핵심 키워드는 '인간' '이성'이다. 인간의 이성이 모든 것을 판단하고 분별하고 지배함으로, 근대의 세계에서는 이성적이지 못한 것, 즉 이성으로 인식되지 않는 것들은 발붙이기가 어렵다. 그것의 대표적인 예가 ''이다. 그러므로, 근대의 세계에서 신(God)은 죽을 수 밖에 없다. 아니, 신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다.

 

니체는 "신은 죽었다!"라는 아포리즘을 통해서 이러한 근대의 비극을 꼬집는다. 다시 말해, 니체는 기독교인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무신론적 입장에서, 기독교의 신앙을 부정하는 입장에서 "신은 죽었다!"라고 선포하는 것이 아니라, 그는 근대성을 규정하고 꼬집기 위해서 "신은 죽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근대는 낭만주의를 꽃 피운다. 근대의 낭만주의는 마치 재산을 챙켜 먼 나라로 떠난, 탕자와 같다. 자신을 구속하던(실제로는 구속한 것이 아니라 돌봐준 것이지만) 아버지의 품을 떠나, 자신의 분깃을 챙겨 떠난 탕자의 삶은 얼마나 낭만적인가. 그에게는 '자유'가 주어진 듯 싶었다. 그래서 그는 무슨 일이든지,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그는 낭만적으로, 화려하게, 자유롭게, 허랑방탕한 삶을 살았다. 행복이 가득했다.

 

낭만주의 시대의 예술은 자유와 낭만이 넘쳐난다. '신이 더 이상 자신들을 구속하지 않으니', 근대, 즉 낭만주의 시대의 인간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인간중심적인, 이성중심적인 세상에는 어떠한 일이 벌어질까? 우리는 다시 누가복음의 '탕자의 비유'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누가복음은 AD 80년 경에 쓰여진 문서이지만, 탕자의 비유만 보자면, 마치 낭만주의 시대에 쓰여진 문서같다. 거기에는 인간중심, 이성중심의 삶에 대한 경고가 날카롭게 들어 있기 때문이다.

 

탕자가 아버지를 죽은 것처럼 여기고(고대 유대 사회에서 자식들이 분깃을 나누는 일은 아버지가 죽은 후에나 가능한 일이다) '자유'를 만끽한 것은, 근대에 인간이 이성을 중심으로 세상을 인식하며 "신은 죽었다!"라고 선포한 것과 닮아 있다.

 

이성 중심의 근대가 탄생시킨 과학기술 문명을 사는 우리의 과제는 아이러니컬하게도 과학기술 문명을 더 발달시키는 것이라기보다는 "죽은 신"을 되살려 놓은 일이다. 이것은 이성 중심의 과학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이것은 이성이 괄시해 왔던 '//'의 세계를 들여다 보는 종교를 통해서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과학기술 문명의 세계, 이성이 끝까지 간 세상에서도 '종교'는 여전히 인간의 지속적 존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삶의 영역이다.

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