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과 함께 동반 자살하거나, 기르기 힘들다고 자녀들을 죽이는 일들이 요즘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상상조차 하기 싫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이 우리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날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것은 성숙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성숙하지 못하니까 성숙하지 못한 일들이 자행되는 것이겠죠.

 

이건 성숙하지 못한 사람들의 문제라기보다 훨씬 더 큰 틀에서 봐야 합니다. 이 사회가 성숙하지 못함, 즉 미성숙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마음의 성숙을 일구는 데는 관심이 없습니다. 오직 외모, 외양, 겉모습에만 관심을 두게 만듭니다. 얼짱, 몸짱이 되는 것이 미덕입니다. 얼굴이 예쁘게 생기고 몸매가 좋은 사람을 착하다고까지 표현합니다. 겉모양의 반듯함이 선함으로 연결됩니다. 마음이 착한 사람이 착한 사람이 아니라, 외모가 잘난 사람이 착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온통 스펙을 쌓는 데만 관심을 가집니다. 좋은 학교를 나와야 하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야 하고, 능력 있는 배우자를 만나야 만족해 합니다. 좋은 차를 타고, 좋은 집에 사는 것도 자신을 높일 수 있는 최상의 가치입니다. , 외모, 외양, 겉모습에만 나의 모든 존재를 걸게 끔, 그것만이 나의 존재 이유가 되고, 그것만이 나를 가치 있게 해주는 것이라는 환상과 믿음을 심어 줍니다.

 

외적인 것에만 관심을 두고 투자하면서 살다 보니까 내적인 것(인격적인 성숙, 마음의 성숙)에는 관심을 둘 시간이 없고 투자할 여력도 없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그렇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어디 인생이 그렇습니까? 건물을 하나 세우려 해도, 땅을 잘 다져야 하고 기둥을 튼튼하게 세워야 외양을 잘 꾸밀 수 있습니다. 터만 튼튼하고 기둥만 튼튼하면 외양은 좀 낡고 볼품 없어도 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외양이 아무리 아름답게 꾸며져 있어도 터전이 흔들리고 기둥이 부실하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서정주 시인은 국화 옆에서라는 시()에서 국화를 내 누님 같은 꽃이라고 했습니다. 된서리 맞으면서 피는 꽃이 국화입니다. 된서리 맞았지만 아름답게 활짝 피어나는 꽃이 국화입니다. 국화는 누님처럼 성숙한, 어떠한 어려움도 잘 견디어 내고 아름답게 피는 꽃입니다. 그래서 국화는 누님을 닮은 꽃입니다.

 

요즘 시대는 누님 같은 국화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성숙하지 못한 세상이 성숙하지 못한 사람을 길러내기 때문입니다. 너무 외모, 외양, 겉모습에 신경 쓰지 마십시오. 사람은 내면이, 마음이 성숙해야 합니다. 그래야 국화처럼 아름답게 꽃피울 수 있습니다. 국화처럼 피어나십시오.


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