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부통령을 지낸 엘 고어가 쓴, 지구 온난화 문제를 다룬 <불편한 진실>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의 영어 제목이 <an inconvenient truth>입니다. 여기에서 ‘truth’를 꾸미고 있는 형용사 ‘inconvenient’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나라 말로는 ‘inconvenient’불편한이라고 옮기고 있지만 그 속뜻을 알기 쉽지 않습니다. 우리는 마음이 불편하다고 할 때도 불편한이라는 단어를 쓰고, 몸이 불편할 때도 불편한이라는 단어를 씁니다. 그런데 영어에서는 마음이 불편하다고 할 때는 ‘uncomfortable’을 쓰고, 몸이 불편할 때는 ‘inconvenient’를 씁니다. 그러니까 엘 고어가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마음의 불편이 아니라 몸의 불편이었다는 것이죠.

 

지구 온난화의 문제는 인간의 편리함 때문에 온 것입니다. 인간의 몸이 편하기 위해서 이산화탄소를 마구 대기 속으로 뿜어내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자동차 매연이 가장 큰 주범입니다. 몸의 편리함을 위해서 고안해 낸 자동차는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대기 속으로 뿜어냅니다. 한 마디로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현재 인간이 대기 속으로 품어 내고 있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줄이는 것인데, 이산화탄소의 양을 줄이려면 인간의 몸이 불편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미국은 한 사람 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입니다. 단연 자동차 때문입니다. 자동차 왕국인 미국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이뿐 아니라, 엄청나게 먹어대는 육류의 생산과 요리 과정에서도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됩니다. 소가 뿜어내는 트림과 방귀도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증가율에 큰 기여를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육류를 익혀 먹으려면 필요한 석탄 연료에서 뿜어 나오는 이산화탄소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거기다가 빨래하고 옷을 말리기 위해서 사용하는 빨래 건조기도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에 배출합니다.

 

인간의 편리함 때문에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는 것이죠.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를 살리려면 인간의 몸이 좀 불편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불편한 진실>인 것입니다. 우리의 몸은 이미 편리함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에 지구 온난화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데 동참하기를 꺼려 합니다. 일례로, 미국은 세계기후협약인 도쿄의정서에 아직도 가입을 하지 않았습니다. 거기에 가입을 하면 한 사람 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데, 현재 미국인들의 생활 습관을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지구 온난화 문제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솔선수범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우리는 지구가 인간의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것이라는 신앙고백을 합니다. 하나님께서 만드셨기 때문입니다. 그런 지구를 망가뜨리는 행위는 하나님께 큰 죄를 범하는 것입니다. 지구 온난화 문제 해결을 위해 소소한 일부터 실천해 보는 것이 어떨런지요? 육식을 좀 줄여 본다든지, 빨래건조기를 사용하지 않고 좀 수고스럽지만 빨래줄에 빨래를 널어 말린다든지, 이런 것부터 말입니다. 아무튼, 지구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바로 때문입니다. 나의 편리함만을 생각하다가 이렇게 된 겁니다. 참으로 마음까지도 불편해지는 진실입니다.

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