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2012. 8. 24. 05:15

나는 강간 당했다

 

나는 그에게 강간 당했다

그런데 그는 도리어 적반하장이다

나보고 짧은 치마를 입은 게 죄란다

나보고 밤길 돌아다닌 게 죄란다

 

강간당해 몸과 마음이 산산이 부숴졌는데도

강간 당한 사실을 세상에 알리기도 쉽지 않다

알려봤자

사람들은 나를 위로하는 척 하면서도

나를 부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남의 상처는 아랑곳 않고

강간 사건을 가십거리로 만들어

희희낙락 거리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강간 당한 것이 가십거리가 될 수 있는가

이것이 자신들의 음란증을 자극시켜주는

포르노라도 된다는 말인가

 

그런 일을 당하기 전에 철저하게 예방해야 한다지만

이 세상에 예방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되는가

그렇게 지혜로운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는가

그렇다면 이미 그 일을 겪은 사람들은

어디에다 하소연 해야 하는가

 

사람들은 무조건 참으라는 조언을 한다

무엇을 참으라는 말인가

세상에 알려봤자 웃음거리만 된다고 한다

세상 사람들은

누가 비웃음의 대상인지도 모르는 정녕

닭 대가리라는 말인가

 

나는 강간 당했다

그런데 오히려 내가 죄인이 된 기분이다

강간 당한 것만큼이나 기분이 더럽다

강간과 적반하장의 향연에

내 마음은 울고 또 울고 있다

 

 

* 이 시는 요즘 겪은 일에 대한 은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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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