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2012. 1. 26. 04:57

어릴 적 TV 광고에 나온 우루사

파김치가 되어서 집에 들어서는 아저씨를 보며

저 아저씨는 왜 저러나싶었다

백일섭 씨가 우루사를 외치며

파김치가 된 아저씨를 일으켜 세울 때

우루사에 전염된 듯 그 아저씨는 힘 차게 일어섰다

 

내 나이 이제 마흔

TV 광고에 나오던 그 아저씨의 나이가 되었다

이제 나는 그 아저씨가 왜 그런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아저씨처럼

매일 파김치가 되어 집에 들어서는 나에게 필요한 것은 우루사였다

 

병원에서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서 우루사를 샀다

백일섭 아저씨처럼 우루사 먹고 힘차게 일어서고 싶었다

그런데 아무리 우루사를 먹어도 피로가 회복되지 않는다

누구의 잘못일까?

우루사의 약효가 잘못일까?

아니면 내 몸이 잘못일까?

 

아내는 매일 파김치가 되어 집에 들어서는 나를 보며

이제는 짜증나서 못 참겠다고 하며

언젠가는 파김치 같은 나를

저녁 반찬 삼아 잡아먹을 기세다

 

겁난다

아내의 기세도 겁나지만

이렇게 피곤에 못 이겨 그냥 쓰러져 버릴까 봐 겁난다

이렇게 마흔에 들어선다는 것은 겁나는 일인가 보다

 

나는 오늘도

어릴 적 보았던 우루사 광고의 약효를 순진하게 믿어 보려 한다

물 한 컵과 우루사 한 톨

피로야 제발 좀 물러가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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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