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2011. 11. 20. 12:40

어두운 밤

 

아들 녀석이 어둠 속에서 운다

자다 깼는데 보이는 것이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리라

아들 녀석의 울음 소리는

어둠보다 짙고

그보다 공포스럽다

내가 곧바로 달려가 안아주지 않았다면

아들 녀석은 평생

공포보다 짙게 깔린 어둠 속에서

인생을 살았으리라

 

이렇게 어둠 속에서 버려진 아이들의 인생이

갑자기 마음을 스쳐간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 아무도 없다는 것

그 버려짐의 고통은

어둠보다 짙고

그보다 더 공포스러우리라

그들에게 이 세상은 어둠 그 자체요

차라리 깨어나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세상이리라

 

주여,

우리를 어둠 속에 그냥 내버려 두지 마소서

우리가 죽음의 잠에서 깨어났을 때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영원토록 죽음보다 더 짙은 어둠 속에서

그보다 더 큰 고통 가운데 살게 될 것입니다

차라리 영원한 죽음 가운데 사는 것이 더 나을 뻔했다고

깨어난 것을 후회하고 또 후회할 것입니다

 

주여,

우리를 어둠 속에 그냥 내버려 두지 마소서

우리가 죽음의 잠에서 깨어났을 때

당신이 그 자리에 있기를 간절히 바라나이다

환히 웃으며 잘 잤느냐하시며

우리를 포근히 안아주시기를 바라나이다

그 기쁨은 이 세상을 어둠보다 짙고 고통스럽게 살았던

그 아이들의 상처조차도

씻은듯이 낫게 하리라 믿나이다.

아멘.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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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