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2011. 8. 18. 23:29

우면산

 

사람들의 눈에서 눈물이 마르고 있었을 때,

우면산 계곡을 타고 내려오던 물도 마르고 있었다.


사람들이 사람을 품으려 하지 않고 있었을 때
,

우면산도 더 이상 겨우내 내려 쌓인 눈을

3월까지 품으려 하지 않고 있었다.


우면산이 품고 있던 땅 안으로

아파트가 들어서고, 학교가 들어서고,

도심에서 살던 사람들이 들어서고 있었을 때,

그 땅에서 논과 밭을 일구어 삶을 꾸려나가던 토박이들은

그 땅을 떠나고 있었다.


자신들이 살기 위해 사람들이 우면산 정상을 향해 길을 놓고 있었을 때
,

우면산에서 살아오던 동물들은 살기 위해 산을 버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교통체증 해소와 시간 절약이라는 명분으로

우면산의 가슴을 파고 들고 있었을 때,

물과 눈과 땅과 토박이들과 동물들, 그리고 우면산이 만들어 낸 추억들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서 잊혀지고 있었다.

 

지난달,

우면산 터널 준공식은 일정대로 치러졌다.


* 얼마 전 폭우로 인해서 우면산이 무너졌다.
그 소식을 듣고 내 마음도 무너졌다.
위의 시는 2003년도, 내가 미국으로 떠나오던 해에 지은 시이다.
우면산은 생명을 살리는 산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우면산이 파헤쳐질 때,
우면산은 생명을 살리는 능력을 상실하고 있었다.
이제 우면산은 그 능력을 완전히 상실하고,
오히려 생명을 죽이는 괴물로 변한 것이다.
나의 살던 고향, 나의 놀던 동산,
우면산이 이렇게 변했다니...
난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 충격이다.
주님, 구원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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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