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2011. 5. 1. 01:07
* 아래 작품들은 이번 2011년도 봄 호 <창조문학> 신인문학상 당선작들입니다. 이제 정식으로 문단에 등단한 시인되었습니다. <창조문학>지에 실은 당선소감으로 감사의 말씀을 대신합니다.


당선소감

 

나는 모든 것이 그립습니다. 지나간 시간이 그립고, 나의 살던 고향도 그립고, 친구도 그립고, 아버지도 그립습니다. 무엇보다 나의 존재가 그립습니다. 그리움은 내 시의 모티브입니다. 그런데 그 그리움은 단순히 과거에 대한, 지나간 것에 대한 그리움이 아닙니다. 지나간 것에 대한 그리움은 마음에 미련과 한을 남기겠지만, 나의 그리움은 지나간 것에 있지 않고 앞으로 올 것에 있습니다. 그래서 내 마음은 늘 희망찹니다. 그래서 나의 그리움은 희망찬 그리움입니다. 그래서 나의 삶은 파루시아(종말)의 삶입니다.

 

마음이 환합니다. 그리워하던 당선소식이 내게로 왔기 때문입니다. 봄꽃이 피듯, 내 마음에도 하얀 봄꽃이 핀 기분입니다. 시를 쓰기 시작한지 정확히 20년 되는 해에 세상에 이름 석자를 내놓게 되는군요. 마음 속에서 감사가 팝콘처럼 튀어나옵니다. 먼저, 무디어진 시심(詩心)을 다시 갈고 닦을 수 있게끔 격려해 주신 최선호 목사님과 지인식 목사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학창 시절 부족한 저를 제자로 받아주시고 윤동주처럼 시인의 꿈을 가질 수 있도록 지도해 주신 정현종 선생님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한국 떠나오고 연락 한 번 못 드렸습니다. 죄송합니다.). 내 삶에 가장 큰 그리움의 샘물인 아버지(고인이 되셨지만…) 그리고 어머니 감사드립니다. 사랑으로 키워주신 덕에 제 마음에서는 사랑의 샘물이 마르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내 삶의 봄날, 길벗, 아내 안영숙에게 당선의 기쁨을 수줍게 선물하고 싶습니다.




정담
情談

 

오랜만에 친구와 저수지에 올라

개울가에 앉아 情談 나눈다

살아온 이야기

살아갈 이야기

사는 이야기

깊어만 가는 여름 밤

이야기는 물소리와 함께

저수지로 흘러 들어가는데

문득

새 한 마리 情談 가로채

하늘로 푸드득 날아 오른다

 

별빛이 푸르다



늦은 귀가

 

조심해서 다녀!

일찍 들어와!

 

매일 아침,

“조심”과 “일찍”을 강조하시는 어머니

 

나의 늦은 귀가에 어머니는

“니가 늦게 들어오니까

간이 오그라 들었다 늘어났다 하잖아”라고 꾸짖으신다

정말 그걸 느끼셨단다

 

“조심”과 “일찍”은

어머니의 사랑의 열매

 

나는 오늘도

그 열매를 따먹지 못하고

어머니가 토해낸 그 열매의 씨앗을

어머니의 심어 놓았다



맑은 호숫가에서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물 속에는 아무것도 없는데

하늘은 온 몸을 담그고

그곳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해질 때까지

 

 

 

비 오는 날의 기억

 

먹구름에게는 힘이 부치는지

하늘이 낮게 주저앉고 말았다

울지 말라고 아무리 달래 보아도

하루 종일

하늘은 눈물만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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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