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2012. 10. 25. 00:09

남자의 기쁨

 

장모님이 오신 덕분에

오랜만에 날개를 달고 서울(애틀란타)로 향했다

평소 먹기 힘든 회(사시미)로 배를 채우고

단연 향하는 곳은 찜질방사우나다

옷을 갈아 입고

잠적하듯이 굴 속으로 들어간다

내가 좋아하는 곳은 황토방 또는 참숯방

황토 냄새 또는 참숯 냄새를 수면제 삼아

스스르 잠이 든다

내 몸은 황토가루처럼 참숫가루처럼 부서져

꿈의 나라로 들어간다

시간과 땀이 만들어준 휴식에 만족해 하며

눈을 뜨면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휴게실 음식점으로 향하고

나는 거기서 슬러시한 식혜 한 잔을 주문해서 마신다

달달한 맛이 꼭 천국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땀을 뺄 시간

에덴동산처럼 원초적으로 알몸이 되어

뜨겁디 뜨거운 사우나로 알몸을 밀어 넣는다

사우나는 인내력 테스트 장이 아닙니다라는 문구를 보며

인내력 테스트를 한 번 해보지만

결국 인내력은 바닥나고

묵은 땀으로 뒤 덮인 알몸은

출구 갈망한다

상쾌해진 내 원초적 눈에 들어오는 광경은

대여섯살 먹은 아들 녀석 데리고 들어오는 동년배 아저씨

그의 인상은 자식 낳고 비로소 철이 든 인상이다

이 세상을 다 가진듯한 그의 흐뭇한 미소가 문득

집에 두고 온 아들 녀석들을 생각하게 한다

나도 사우나에 같이 올 아들 녀석이 있다고! 그것도 둘씩이나!’

, 남자들의 로망 남자의 기쁨

 

우리 마누라,

아들 낳아줘서 정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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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