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락의 중요성]

 

우리 아이들이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이모부한테 5,000원을 용돈으로 받았다. 우리 아이들은 그 돈을 받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 미국 달러와 한국 돈의 가치가 같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한국돈 5,000원을 미국돈의 5,000달러로 생각했다.

 

옆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집사람은 아이들한테 한국돈의 가치와 미국돈의 가치가 다르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한국돈 5,000원은 미국돈 5달러라는 것을 알려주자, 휘둥그레졌던 눈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맥락을 알지 못하면 이와 동일한 일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맥락'을 공부해야 한다. 성경의 맥락을 공부하지 않아 위와 같은 해프닝이 우리가 사는 사회/현실에서 너무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성경 시대의 맥락을 21세기 현대사회의 맥락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물론 어떤 맥락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은 것도 있다. 예를 들어, 살인에 대한 정죄 같은 것이다.

 

그러나, 아주 많은 맥락에 있어 성경의 시대와 지금 우리 시대의 맥락은 전혀 다르다. 예를 들어, 노예제도와 여성과 아이들의 인권에 대한 것들이다.

 

맥락의 간극 때문에, 현대의 기독교인들은 성경을 삶의 원리로 삼으려고 할 때 '공부'가 좀 필요하다. 공부하지 않고 아무런 여과 없이 성경의 맥락을 현대 사회의 맥락에 그대로 적용하려고 들 때, 거기에는 '은혜'가 발생하지 못하고 '갈등'만 발생할 뿐이다. 그럴 때, 성경은 어느 '거룩한 책'보다 폭력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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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