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오염수 방류와 생명정치]

 

1. 주권이 누구에게 있는가?

한덕수 총리가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와 관련하여 브리핑을 하면서 "국가와 과학을 믿어달라"고 했다. 대한민국은 국민이 주권을 가진 나라이다. 그런데, 대다수의 국민이 반대하는 일을 정부가 막아서지 못하고 오히려 변호하고 있다. 주권이 누구에게 있는가? 국민인가 정권인가?

 

2. 예외상태

칼 슈미트는 예외상태에서 누가 주권을 갖는가에 대한 논의를 했다. 주권자는 예외상태에서 주권을 가진다. 주권자는 예외상태에서 무엇인가를 결정할 권한을 가진다. 한덕수 국무총리의 말에 의하면, 예외상태에서 주권을 갖는 것은 정부와 과학인 것 같다. 그러므로, 국민들에게는 주권이 없다. 대한민국은 국민이 주권을 가진 나라가 아니거나, 무정부 상태이거나, 아니면 정권이 국민의 주권을 빼앗아간 나라처럼 보인다.

 

3. 호모 사케르

조르조 아감벤은 예외상태에서 발생하는 생명정치를 말하며, 현재 우리가 사는 세계는 계속해서 예외상태를 만들어 생명정치를 하는 중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지금 경험하는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 사건이 그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예외상태가 발생하면 예외상태에서 뭔가를 결정한 주권자가 필요하게 되고, 그러한 상태에서 정권은 국민을 제쳐놓고 주권자로 등극한다. 그리고 예외상태에서 모든 국민은 호모 사케르가 된다. 생명정치가 작동하는 것이다.

 

4. 벌거벗은 생명

‘호모 사케르’를 직역하면 '신성한 생명'(인간)이라는 뜻을 가지지만, 희생물로 바치는 것은 허용되지 않으면서 그를 죽이더라도 살인죄로 처벌받지는 않는 자들을 말한다(아감벤, <호모 사케르>, 156쪽). 호모 사케르는 배제 속에서 작동하는 생명 정치다. 대한민국 정부는 지금 국민을 '호모 사케르'로 만들어 놓고 있다. 생명과 직결되는 방사능 오염수 방류 사건에서 주권자인 국민을 배제하고, 예외상태를 만들어 정부가 주권자의 역할을 감당하며, 국민들을 '벌거벗은 생명'으로 몰아넣고 있다.

 

5.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주권의 문제

지금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 문제와 그것에 동조하는 한국 정부의 문제는 단순히 국가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주권의 문제이다. 대한민국은 국민이 주권을 가진 나라이다. 이것을 무시하고, 일개 5년짜리 정권이 주권자 노릇을 하며 예외상태를 만들어 국민들을 호모 사케르로 전락시키고 국민들의 생명을 벌거벗은 상태로 만드는 행위는 헌법에 대한 가장 큰 위법/반역 행위이다.

 

6. 대한민국 국민들이여, 들고 일어나라!

호모 사케르의 생명 정치가 발생하면, 누군가 호모 사케르를 죽여도 그 사람은(그 주체는) 처벌 받지 않는다. 대한민국 정부는 지금 국민을 호모 사케르로 만들었고, 방사능 오염수 방류로 인하여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그리고 이후에 방사능 물질로 인하여 수많은 생명이 죽어 나가는 상황이 오더라도 자신들은 처벌 받지 않게 될 거라는 것을 안다. 즉, 늘 그랬듯이, 사건은 발생하고 희생자는 넘쳐나는 데 책임지는 사람이 없고 처벌 받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 대한민국 국민들이여, 호모 사케르의 생명 정치를 통해 벌거벗은 생명으로, 죽음으로 몰아 세우고 있는 정권을 향하여 들고 일어나라. 주권을 빼앗기지 말라.

 

7. 에스겔의 외침

"주 여호와께서 이같이 이르시되 재앙이로다, 비상한 재앙이로다, 끝이 왔도다 끝이 너에게 왔도다 볼지어다 그것이 왔도다. 이 땅 주민아 재앙이 네게 임하도다 때가 이르렀고 날이 가까웠으니 요란한 날이요 산에서 즐거이 부르는 날이 아니로다. 이제 내가 속히 분을 네게 쏟고 내 진노를 네게 이루어서 네 행위대로 너를 심판하여 네 모든 가증한 일을 네게 보응하되 내가 너를 불쌍히 여기지 아니하며 긍휼히 여기지도 아니하고 네 행위대로 너를 벌하여 너의 가증한 일이 너희 중에 나타나게 하리니 나 여호와가 때리는 이임을 네가 알리라" (겔 7:5-9).

 

8. 한국교회여, 유체이탈 집회는 그만하고, 거리를 예배당 삼아 길거리에서 외치라

모 교단에서는 지금 00 영적 각성 대회가 한창이다. 기사를 보니, 대회에서 낭독된 선포문은  이렇다. "지금 우리 사회는 도덕적 기초가 흔들리고 대립과 갈등으로 양극화되고 있다... 미래 세대들이 교회에서 희망을 찾지 못해 떠나고 있다... 신앙의 기본으로 돌아가는 길은 철저한 회개 밖에는 없다."

미래 세대가 교회에서 희망을 찾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유체이탈 화법을 교회가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국에 잘 지어진 교회 건물안에서 '도덕, 양극화, 영적 각성, 회개, 부흥'을 외칠 것이 아니라, 길거로 나가서 '방사능 오염수 방류 반대'를 외치길 바란다. 그러면, 그렇게 걱정하는, 미래 세대들이 교회에서 희망을 찾고, 교회로 밀려들 것이다. 

 

9. 믿음에 대하여

한덕수 총리가 말했다. "국가와 과학을 믿어달라." 국가는 믿을 만하고, 과학은 믿을 만한가. 우리는 무엇을 믿는가. 믿음은 무엇인가? 한덕수 총리는 믿음이라는 용어를 더럽히지 말라. 그리고, 이 국가적, 지구적 대재난을 앞에 두고, 국민의 신복 대통령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왜 본인이 직접 나서지 못하고, 아랫사람들을 내세워 면피하고 있는가?

 

10. 인류세의 재앙을 끝내야

오펜하이머가 트리니티 작전(맨하튼 프로젝트)을 수행한 날(1945년 7월 26일 새벽 5시 29분)을 인류세로 보는 시각이 있다. 핵폭탄을 만든 날이다. 그 핵폭탄의 실질적 피해국은 일본이었다. 일본은 지금 핵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고 있다. 피폭에 대한 보복인가? 이제 핵물질은 공기, 땅, 그리고 바다까지 모두 오염시켜 인류의 생명을 말살하고 있다. 인류는 스스로의 생명을 빼앗고 있다. 인류세의 재앙은 멈춰야 한다. 스스로 멈출 수 없다면, 모든 것을 잃은 후, 멈춤을 당하고 말 것이다.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 그리고 미국 정부에게 고한다. 야합을 끝내고, 당장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멈추라. 정부와 과학은 믿음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정부와 과학은 믿음의 대상이 될 능력이 없다. 겸허히 인정하고, 당장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멈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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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