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소풍하면 으뜸으로 생각하는 시()가 바로 이 천상병 시인의 귀천(歸天)”이라고 하는 시입니다. 이 시에서 시인은 이 세상의 삶을 소풍으로 묘사합니다. 이 세상을 소풍처럼 살다간 시인의 마음이 얼마나 풍요롭고 즐거웠을지 상상해 봅니다.

 

어린 시절, 소풍 가는 일은 참으로 가슴 설레는 일이었습니다. 소풍 가는 날이면 전날 가슴이 설레서 잠을 설치곤 했습니다. 소풍 전 날, 소풍에 싸가지고 갈 음식과 간식거리를 장만하느라 나도 바쁘고 어머니도 바쁘셨습니다. 우선 소풍 가서 먹고 싶은 것을 종이에 쭉 적습니다. 그리고 슈퍼마켓에 가서 꼼꼼히 하나씩 하나씩 삽니다. 먹고 싶은 것에는 초콜릿이 꼭 들어갑니다. 소풍처럼 달콤한 초콜릿을 빼놓을 수는 없는 법입니다. 그리고 칠성사이다도 챙깁니다. 소풍처럼 톡 쏘며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는 사이다를 빼놓을 수는 없습니다.

 

소풍날 아침, 어머니는 일찍부터 김밥을 만드십니다. 밤새 잠을 설친 탓에 하품이 가시질 않고 눈곱도 평소보다 많이 꼈지만, 가슴이 설레 더 이상 잠을 청할 수 없습니다. 졸린 눈을 비비면서도 힘차게 일어날 수 있는 이유는, 어머니께서 김밥을 말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김밥 만드시는 모습과 김밥이 자극하는 황홀한 냄새는 팔다리에 힘을 주고, 벌써 마음을 소풍 장소에 가 있게 만듭니다. 김밥에는 노란 단무지와 계란, , 그리고 시금치가 꼭 들어가야 합니다. 이 중 하나라도 빠지면 마음이 서운합니다. 어머니는 그런 자녀의 마음을 아시고 모든 것이 들어간 맛있는 김밥을 만들어 주십니다. 소풍날 아침은 김밥을 썰 때 나오는 꽁다리김밥으로 때웁니다. 얼마나 맛있는지, 세상을 다 가진 기분입니다.

 

우리가 세상을 이렇게, 소풍처럼 살아간다면 미움다툼시기질투때문에 우리의 마음이 힘들고 우리의 삶에 눈물이 고이지 않을 겁니다. 소풍 가서 기꺼운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싸온 음식들을 함께 나누는 넉넉한 마음으로 세상을 소풍처럼 살 수 있다면, 위의 시인처럼 우리의 삶은 풍요로운 삶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예수님을 잘 믿는다는 것, 그것은 다름 아닌 이 세상을 소풍처럼 사는 것입니다. 기쁜 마음, 즐거운 마음, 넉넉한 마음, 소풍 같은 마음이 바로 예수님의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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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