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의 광기?

 

이그나티우스(Ignatius)가 로마인들에게 쓴 편지를 보면, 어떤 '광기'가 느껴진다.

 

그의 편지에 대한 어떤 신학자의 평가처럼, 순교를 향한 그의 태도는 '자기 학대 경향'을 보이기도 하고, '순교자 정신의 광채'를 보여주기도 한다.

 

로마인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그는 자기의 순교를 막지 말라는 당부를 전한다. "저는 방해 없이 저의 최후를 맞이하게 되는 행운을 갖게 되기를 바랍니다"(1:2). 이그나티우스는 순교를 행운으로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는 순교를 통해 "하나님 앞에 나아갈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4:1).

 

그는 말한다. "저는 단순히 그리스도인이라 칭함을 받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리스도인이기를 원합니다"(3:2). 그에게 순교는 세상이 그를 그리스도인이라 칭하게 해주는 수단 일 뿐 아니라, '실제로' 그리스도인이 되게 하는 방법이었던 것이다.

 

다음 구절은 순교에 대한 그의 광기 또는 광채를 보여준다. "불이여, 십자가여, 야수와 싸우는 것이여, 뼈들을 비트는 것이여, 사지를 토막내는 것이여, 내 몸 전체를 분쇄하는 것이여, 악마의 잔인한 고문들이여, 오라, 나로 하여금 다만 예수 그리스도에게로 가게만 하여라!"(5:3).

 

그는 예수 그리스도를 지독히도 갈망했다. 왜냐하면, 그는 예수 그리스도가 곧 '생명'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식'은 생명에 이르게 한다. 온전한 지식이 생명에 이르게 한다는 주장은 이그나티우스를 비롯한 초대 교부들의 사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주장이다.

 

그는 자신의 욕망을 십자가에 못 박았다고 하면서, 그 이유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저의 욕망은 십자가에 못 박혔습니다. 그리고 제 안에서 물질적인 것들에 대해서는 어떠한 열정도 타오르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부패하기 쉬운 음식이나 이 세상의 맛좋은 것들을 전혀 즐기지 않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다윗의 혈통에서 나신 그리스도의 육체인 하나님의 빵입니다. 음료수로는 저는 그분의 피를 원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실로 영원한 애찬입니다!"(7:3).

 

교회는 순교자의 핏값으로 세워졌다는 말이 있다. 그 진술의 중심에 이그나티우스가 있다. 우리가 이그나티우스의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의 중심으로 들어선다면, 우리도 같은 고백을 할 수 있게 될까?

 

순교의 '광기'는 고사하고, 순교의 정신, 또는 광채를 찾아보기 힘든 이 시절에, 우리의 신앙은 어디로 향하고 있으며, 어디쯤 가고 있는지, 아득하기만 하다.

 

신앙이 얕아진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이그나티우스는 말한다. "예수 그리스도를 언급하면서 여러분의 마음을 세상에 두지 마십시오"(7:1). 우리는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돌아볼 일이다.

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