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자들과 신학자들의 역할

 

경제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현재 바이러스 팬데믹 현상 때문에 세계경제가 둔화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금융경제가 무너진 게 아니라 실물경제가 먼저 무너졌다는 것이다. 금융경제가 무너진 거라면 금리조정이나 공적자금 투입을 통해서 돈이 돌아가게 끔 만들면 된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리 정부에서 금융정책을 써서 돈을 푼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돈을 쓸 수 없다는 게 문제다. 가령, 돈이 있어도 전세계 어느 곳이든 여행을 할 수 있는 곳이 없다. 바이러스 감염 우려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번 사태의 해법은 경제전문가들의 손에 달려 있지 않고, 치료제와 백신, 그리고 방역 등에 달렸으므로 생물학자들과 의학자들의 손에 달렸다는 것이다.

 

이처럼 문제가 발생하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문가들 집단이 달라진다. 앞으로 경제전문가들보다 생물학자들이나 의학자들의 활동이 더 요청될 것이다. 바이러스의 팬데믹 현상은 이번으로만 그치지 않고, 환경 파괴로 인해 끊임없이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카프카의 소설에서처럼 '끊임없이 이어지는 재판'의 형태로 사람들을 괴롭힐 것이기 때문이다.

 

실로 어두운 밤이 다가오고 있다. 아니, 우리는 이미 어두운 밤으로 들어섰다. 거대서사가 무너져 더 이상 어두운 밤에 아스라히 올려다 볼 수 없는 '별들'이 사라졌고, 질병의 팬데믹 현상으로 인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이 생겨 버렸다. 우리는 이제 모여도 함께 나눌 '이야기'가 없고, 우리는 이제 의도적으로 모이지 말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우리는 이제 어두운 밤에서 짙은 어둠만을 경험할 수 있을 뿐이다. 햇살도 없고, 이야기도 없고, 생생한 컬러(color)도 없는, 그레이(grey)한 세상에서 살게 되었다.

 

이제, 그 어느 때보다, 경제전문가도 중요하고, 생물학자나 의학자도 중요한 시대가 되었지만, 그 누구보다 인문학자나 신학자가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인문학자와 신학자의 역할은 거대서사를 만들어 내어 어둡고 그레이한 세상을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햇살을 비춰주고, 이야기를 나누어주고, 생상한 컬러를 전달해 주는 것이다. 이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인간은 상상력을 지녔기 때문에, 인문학자와 신학자가 전달해 주는 햇살과 이야기와 컬러를 통해 아름다운 미래를 상상하며 그것을 위해 현재를, 그리고 현실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상상력의 산물이다. 상상력은 지금처럼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지만, 상상력은 다른 세상을 꿈꾸게 만들어 준다. 그러므로 우리는 부지런히 다른 세상을 꿈 꿔야 한다.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세상이 아닌, 생명을 풍성하게 하는 세상, 그야말로 '에덴동산' 같은 세상을 부지런히 꿈꿔야 한다.

 

16세기, 어두운 시대, 토마스 모어는 '유토피아'를 부지런히 꿈꿨다. 우리에겐 그런 꿈이 더 절실하게 필요하다. 그런 꿈을 위해 인문학자들과 신학자들은 더욱더 부지런히 일해야 한다. 거대서사를 부지런히 만들어, 그것을 부지런히 전달해 주어야 한다. 상상력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다.

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