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볼 줄 모르는 사람은 꽃의 화용(花容)만 봅니다. 꽃의 겉모습만 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꽃을 보면서 예쁘네 안 예쁘네 라는 평가만 내립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꽃의 향기와 아름다움만을 본다면 그것은 꽃을 제대로 보는 것이 아닙니다. 꽃은 화용을 보는 것이 아니라, 화품(花品)을 봐야 제대로 보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매란국죽(梅蘭菊竹,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를 일컬어 사군자(四君子)라고 부르는 이유도 그 꽃나무들의 화품 때문이지 화용 때문이 아닙니다. 사람 볼 줄 모르는 사람은 사람의 외모만 봅니다. 그래서 사람을 보면서 잘 생겼네 못생겼네 합니다. 하지만, 사람은 인품(人品)을 보아야 제대로 보는 것입니다.

 

성인군자는 인품이 매화처럼 매서운 세파에도 굽히지 않는 고매함을 지니고 있고, 난초처럼 기세와 자태가 곧고, 국화처럼 굳은 지조를 지니고 있고, 대나무처럼 부러질지언정 굽히지 않는 강인함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동양사상에서는 자연이나 인간이나, 생긴 것은 다를지라도 ()이라는 측면에서는 서로서로 통하는 것들을 지니고 있다고 보고,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삶을 추구하면서 살았습니다. 이런 것들이 한국에서는 선비정신으로 통했던 것이죠. 그래서 사람은 무엇보다 인품이 중요합니다.

 

인품이 그 사람을 결정하는 것이지, 외모가 그 사람을 결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그리스도들은 여기서 한 발짝 더 나가야 합니다. 믿는 이들에게는 "신품(信品)"이 중요합니다. 믿음의 기품이라고 할까요? 그리스도인은 바로 이 신품으로 판단 받습니다. 기품 있는 믿음, 품위 있는 믿음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죠. 믿음이 매화처럼 고매하고, 난초처럼 곧고, 국화처럼 지조 있고, 대나무처럼 강인함을 지니고 있다면, 기품 있는, 품위 있는 믿음을 지녔다고 말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외모를 보지 않으시고, 우리의 중시을 보십니다. 그 중심이 바로 "신품"입니다. 기품 있고, 품위 있는 믿음의 소유자가 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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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