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기도)하기 좋은 계절

 

테베를 정복한 오이디푸스 왕은 뒤늦게 자신이 죽인 라이오스 왕이 자기 아버지요 아내로 삼은 여인은 자기 어머니임을 알게 됩니다. 친부모도 알아보지 못했던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두 눈을 뽑아 버렸습니다. 의식을 잃었던 오이디푸스가 정신을 차리고 한 첫마디는 놀랍게도, “, 빛이여!”였습니다. 눈이 없는 사람이 빛이라니, 신하들이 무슨 의미인지 묻자 오이디푸스가 대답했습니다. “세상의 눈을 가진 그대들은 이 빛을 보지 못하리. 세상의 눈을 지닌 그대들은 이 빛을 알지 못하리.”

 

오이디푸스 왕이 본 빛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 우리가 눈을 뽑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우리는 눈을 감기만 하면 됩니다. 눈을 감되, 내 안에 살고 계신 예수 그리스도에게 집중해야 합니다. 그러면 빛으로 오신 예수님의 그 놀라운 빛을 보게 될 것입니다.

 

드디어 가을이 왔습니다. 가을은 하늘이 높고 바람이 시원하고 낙엽 지는 계절이라 사색하기 좋은 계절입니다. 그리스도인에게 사색이란, 당연히 기도라는 말로 바꾸어 표현할 수 있겠죠. 여러분은 기도할 때 왜 눈을 감으십니까? 세상의 이꼴저꼴 다 보기 싫고 오직 하나님만 바라보기 위해서 감아버리는 것입니까? 습관처럼 눈을 감으십니까? 아니면, 눈을 감고 하나님의 음성을 듣기 위해서 입니까? 물론 어느 것이든 기도할 때 우리가 갖는 마음 자세일 것입니다.

 

가을을 맞아 제가 한 가지 제안하겠습니다. 이번 가을에는 기도할 때, 눈을 감았기 때문에 아무 것도 안 보이고 캄캄한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을 한 번 보고 싶다는 소망을 담아서 기도해 보십시오. 오디이푸스 왕이 보았던 빛과 같은 것일까요? 사도 바울이 다메섹 도상에서 보았던 빛과 같은 것일까요? 그 빛이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빛으로 오신 예수님, 그 빛을 볼 수 있는 영성에 한 발짝 더 가가가는 가을, 사색의 계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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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