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하늘나라 부부
(에베소서 5:15-33)
에베소서 5장과 6장에는 ‘가정 준칙(household codes/haustafel/마르틴 루터의 용어)’에 대한 가르침이 나온다. 성경 시대의 가정은 남편과 아내, 자녀들, 그리고 종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래서 에베소서의 가정 준칙은 남편과 아내 사이의 가정 준칙을 시작으로, 부모와 자녀 사이의 가정 준칙, 주인과 종 사이의 가정 준칙 순서로 그 가르침이 전개되고 있다.
지금의 가정 구성은 성경시대의 가정 구성과 많이 다르다. 우선, 종들이 가정에 포함되지 않는다. 더 이상 노예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요즘엔 가정에 아빠와 엄마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편부모 가정도 많다. 편부모 가정이라도 법적인 보호를 받는다. 소년소녀 가장이 있는 가정도 있다. 모두 법적인 보호를 받는다. (게다가 요즘 한창 사회적 이슈인 동성결혼 문제가 대두되고 있어, 가정을 이룰 때, 한 남자와 한 여자를 전제하는 것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위에서 간략하게 나마 보았듯이, 사회는 한 상태에 머물러 있지 않고 계속하여 변한다. 이것을 ‘사회변동’이라고 한다. 인간은 이러한 사회 변동의 흐름 안에서 그것에 저항하기도 하고 적응하기도 한다. 인간 관계나, 사회적 관계나, 그 속에서 갈등이 발생하는 이유는 인간이나 사회가 한 상태에 머물러 있지 않고 계속 변하기 때문이다.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그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면 갈등이 깊어지는 것이고, 변화를 감지하고 그 변화에 대처를 잘 하면 갈등을 피해갈 수 있다.
한국 사회가 드라마틱하게 변한 시기는 구한말 시기이다. 1884년 갑오개혁을 시작으로 한국 사회는 근대사회로 변화되기 시작했다. 갑오개혁을 통해 신분제도가 사라졌고, 무엇보다 남성와 여성, 그리고 어린이들에 대한 사회적 위상이 달라졌다. 그 이전까지만 해도 사회 안에서 남성 외에 여성과 어린이는 존재감이 없었다. 특별히 어린이는 완전히 부모의 소유물로서 자기 존재감이 전혀 없었다. ‘어린이’라는 말도 근대에 생긴 신조어이다.
한국 사회가 변하면서 부부 관계의 다이나믹도 바뀌었다. 지금으로부터 113년 전, 1906년에 발행된 한국 최초의 여성지요, 가정지인 <가정잡지> 창간호에 실린 “부부의 십계명”을 보면, 그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물론, 100년이 훨씬 지난 요즘 사람들의 시선에는 ‘이게 뭐’라는 반응이 나올 수 있으나, 그 당시에는 파격적인 내용이었다. 이것을 보면서, 113년 지난 우리들은 그당시 사람들보다 부부관계에서 나아진 게 있는지 없는지 살피는 것도 재미난 일일 것이다. 1계명부터 5계명까지는 남편에 대한 계명이고, 6번부터 마지막 10번까지는 아내에 대한 계명이다.
부부의 십계명
(1906년 6월 25일, 한국의 첫 여성잡지, 가정지 <가정잡지> 창간호)
(UCLA 옥성득 교수 블로그에서 인용 / 원본에서 현대어로 바꾼 것은 장준식)
제 1계명
남편 되는 이, 밖에서 불편하던 얼굴로 집안 식구를 대하지 마오.
제 2계명
남편 되는 이, 무단이 나가 자거나 밤늦게 돌아오지 마오.
제 3계명
남편 되는 이, 자녀 있는 데서 그 아내 허물을 책하지 마오.
제 4계명
남편 되는 이, 친구의 접대로 아내를 괴롭게 하지 마오.
제 5계명
남편 되는 이, 의복으로 잔말 마오.
제 6계명
아내 되는 이, 남편의 부족한 일이 있거든 조용히 남편에게 권할 것이요 결단코 군소리(잔소리) 마시오.
제 7계명
아내 되는 이, 물건이 핍절한 소리 내기를 절조있게 하시시오.
제 8계명
아내 되는 이, 남편이 친구하고 담화할 때 뒤로 엿보지 마시오.
제 9계명
아내 되는 이, 함부로 남편에게 의복 구하기를 일삼지 마시오.
제 10계명
아내 되는 이, 항상 목소리를 크게 하여 역하게 마시오.
113년 전의 “부부 십계명”인데, 부부 사이에 여전히 개선이 안 된 것들이 발견된다. 물론 그 부분은 각 개개의 부부마다 다를 것이다. 113년 전의 문헌을 보면서, 우리는 지금 어떻게 부부 사이를 세워 나가고 있으며, 사회 변동에 맞춰 어떻게 대처해 나가고 있는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사회 변동으로 인해 사람들의 가치관은 계속하여 바뀐다. 최근 한국의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가정에 대하여 지난 몇 년간 사람들의 생각이 얼마나 많이 바뀌었는지 알 수 있다. 특별히, 우리가 주목할 것은 “부모 부양 책임자 인식 변화”에 대한 자료이다. 연구 결과의 데이터를 보면 다음과 같다.
이 자료는 쉽게 말해서, ‘부모가 늙고 병들면 누가 책임을 져야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했을 때, 사람들이 그에 대하여 대답한 것이다. 2002년도만해도 부모 부양의 문제는 가정의 문제로 여겨졌다. 즉, 부모는 자녀들이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불과 16년만에(2018년도 자료) 사람들의 생각이 드라마틱하게 바뀌었다. 부모는 자녀가 책임져야 한다는 비율은 현저하게 낮아졌고, 부모는 국가가 책임지거나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비율이 현저하게 높아졌다.
가정에 대하여 보수적인 생각을 지니고 있는 한국 사회가 이 정도니, 가정에 대하여 진보적인 생각을 지닌 미국 사회는 얼마나 더 심하겠는가. 이 통계를 통해서 알 수 있는 사실, 부모 세대가 깊이 깨닫고 대처해야 할 사실(fact)는 ‘더 이상 자녀들에게 노후를 기댈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 부모들은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들인 부모의 지극정성 때문이다. 한국 부모들은 흔히 이렇게 생각한다. ‘아이들을 힘들게 키웠으니 아이들이 크면 우리한테 효도할거야.’
그런데, 그것은 부모 세대의 생각일 뿐, 자녀 세대들은 부모의 노후에 대하여 아무런 인식도 없고 관심도 없다. 괘씸하지만, 사실(fact)이다. 부모 세대는 그 사실에 충격을 받아 ‘괘씸한 놈’이라며 감정을 낭비하고만 있을 수 없다.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게 현명한 부모이다.
가장 현명한 대책은 부부가 서로에 대한 마음을 새롭게 정비하는 것이다. 즉, 세월이 지날수록, 늙어갈수록 의지할 수 있는 것은 ‘배우자 밖에 없다’는 생각을 간절하게 갖는 것이다. 이뻐 죽으며 정성스럽게 키운 자녀들은 부모의 노후에 관심이 없다. 웬수 같이 싸우며 살았지만, 결국 배우자 외에는 나의 노후를 지켜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렇다면, 현명한 부부라면, 어떻게 서로에 대한 마음을 새롭게 해나가야 할까?
그런 측면에서, 에베소서의 말씀은 사회 변동이 심한 현대를 살아가는 부부들에게 엄청난 의미로 다가온다. 에베소서에서 말하는 ‘가정 준칙’의 근본 원리는 ‘상호 복종’이다. 이것은 그당시로서도 굉장히 ‘advanced’된 사상이지만, 지금까지도 여전히 매우 진보된 생각이다. 남편이 아내 위에서 군림하던 시절, 자녀들의 존재감이 전혀 없던 시절, 종들에게는 인권이 전혀 없던 시절을 생각할 때, 남편과 아내의 상호 복종, 부모와 자녀 간의 상호 복종, 주인과 종 간의 상호 복종은 혁명적인 사상이었다.
복종이라는 말은 헬라어의 ‘휘포타쏘’라는 말의 번역이다. ‘타쏘’는 ‘명령하다’라는 뜻이고, ‘휘포’는 ‘아래의’라는 뜻이다. 둘이 합쳐져 ‘휘포타쏘’가 되면, 이것은 ‘명령 아래에 있다’, 즉 ‘복종하다’의 뜻을 지니게 된다. 이러한 ‘휘포타쏘’를 부부관계에, 부모와 자녀관계에, 주인과 종의 관계에 적용하는 이유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이 관계를 완전히 새롭게 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은 성령의 충만함을 불러 오는데, 본문에 의하면, 성령의 충만함은 다음과 같은 삶을 불러 온다. “시와 찬송과 신령한 노래들로 서로 화답하며 너희 마음으로 주께 노래하며 찬송하며 범사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항상 아버지 하나님께 감사하며 그리스도를 경외함으로 피차 복종하라”(19-21절). 성령 안에 있는 자들은 기쁨과 감사와 ‘피차 복종함’이 넘친다. 이 원리가 사람들의 관계에도 적용된다.
“그리스도를 경외함으로 피차 복종하라”는 말씀을 통해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상호 복종’은 우리가 그리스도를 경외하는 마음이 얼마나 깊느냐에 따라, 즉 그리스도에 대한 우리의 믿음의 깊이에 따라서 그 깊이가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의 성장을 간구하는 게 부부관계를 살리는 가장 근본적인 일이다. 다른 말로 해서, 부부가 서로의 배우자에 대한 ‘소중함’, ‘귀함’을 깨닫고 그 사랑과 신뢰의 관계를 돈독히 쌓아가는 일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이 절대적으로 작용한다는 뜻이다.
성경은 복종(자발적 순종)의 축복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가 우리의 주님께 대하여 복종할 때, 즉 자발적인 마음으로 순종할 때, 주님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복을 주신다는 것이다. 1) 그 나라는 영원히 견고하게 된다 (대상 28:7 대하 7:17-18), 2) 평강이 강과 같고 의가 바다 물결 같이 된다 (사 48:18), 3) 성령을 주신다 (행 5:32), 4) 의롭게 된다 (신 6:25, 롬 2:13), 5) 순종이 제사보다 낫다 (삼상 15:22)
이 원리에 따라서 하나님께 한량없는 복을 받은 세 명을 꼽자면, 아브라함, 노아(복의 근원, 당대의 의인(다른 이들 멸망할 때 유일하게 구원 받은 자), 예수님(모든 인류를 구원함/ 구원하는 자가 된다. 얼마나 복된 인생인가. 폐 끼치는 자가 아니라 사람을 구원하는 자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복된 인생인가.)을 들 수 있다.
‘21세기 하늘나라 부부’란 21세기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 부부라는 뜻이다. 21세기 하늘나라 부부는 현실이 어렵더라도 하나님의 말씀을 붙들고 그 현실을 이겨낸다. 21세기 하늘나라 부부는 영원하지 않은 것을 붙들어 자신의 노후를 준비하려는 어리석은 세상 사람들과는 달리, 영원하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 안에서 노후를 준비한다. 21세기 하늘나라 부부는 하나님이 주신 자녀를 최선을 다해 키우지만 그들을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경외하는 신앙 안에서 주님께서 맺어주신 ‘배우자’를 더욱더 사랑하고 귀하게 여긴다. 하나님 말씀의 가르침을 통하여 이 지혜를 깨닫는 부부는 노후가 행복할 것이다. (당신 밖에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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