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문제와 탈성장 공부를 위한 안내]

 

기후변화 문제를 공부하기 원하는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고자 간략히 안내를 드립니다.

 

기후변화 문제는 단순히 '기후가 변화되는 것'에 있지 않습니다. 덥던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고, 춥던 날씨가 갑자기 더워지고, 또는 비가 안 오던 지역에 비가 내리고, 눈이 내리지 않던 지역에 눈이 내리지 않고, 그런 문제가 아닙니다. 눈이 내리지 않던 지역에 눈이 내리면 얼마나 낭만적입니까. 눈 구경해서 좋다, 이런 식으로 기후변화 문제를 접근하면 안 됩니다.

 

기후변화 문제가 중요한 이유는 '식량폭동' 때문에 그렇습니다. 기후변화가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을 통과하면 인류가 맞닥뜨리게 될 가장 비극적인 일은 '식량폭동'입니다. 농사가 되지 않고,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해양생물이 급격히 줄어들게 됩니다. 날씨 변화로 추운 것과 더운 것은 그래도 어느 정도 참을 수 있지만, 식량이 없으면 인류는 곧바로 야만의 상태에 빠집니다.

 

최근에 미국 UC Davis 연구진이 국제 학술지 '퀘터네리 리서치'에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남미 안데스 산맥 중남부 지역에서 470~1540년 사이에 나타난 사람 간 폭력 행위를 유골을 통해 분석했는데, 두개골 조사를 통해서 폭력성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왜 이렇게 그 지역에 폭력이 난무했는지를 분석한 결과, 그 당시 그들이 겪은 기후변화가 그러한 폭력을 이끌었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고산 지대로 갈 수록 폭력이 심해졌는데, 기후변화가 닥치자 식량 부족으로 인해서 식량을 차지하기 위한 폭력 난무했다는 연구 결과입니다. 이것은 끔찍한 진실입니다.

 

기후변화 특강을 할 때, 처음 물어보는 질문이 있습니다. "왜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게 중요한 지 아세요?" 대부분 이 질문에 답을 못합니다.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탄소가 한 번 배출되고 나면 배출된 탄소는 지구 대기권 내에서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탄소는 배출되고 나면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탄소는 배출되면 배출될수록 지구에 온실효과를 높여 기온을 상승시키는 주된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탄소는 무조건 배출을 줄여야 하고, 결국 탄소 배출을 zero 수준까지 낮춰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인류의 삶의 방식/문명은 탄소를 배출하지 않을 수 없는 방식으로 돌아간다는 것입니다. 그 이면에는 자본주의가 있고요. 그래서 기후변화 문제는 자본주의를 되돌아보는 철학적 문제와 직결되어 있습니다.

 

기독교인이 기후변화 문제를 공부할 때, 마음을 열지 않으면 다음과 같은 이상한 질문을 합니다. "왜 교회에서 기후변화 공부를 해? 기후변화 문제는 하나님이 알아서 해결해 주지 않으실까? 그냥 우리는 주어진 것 안에서 생육하고 번성하면 되는 거 아니야?" 기독교인은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서 책임을 회피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것은 평소 교회에서 기독교 창조론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배우지 못하고 오직 구원론에만 매달린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창조와 구원을 연결시키지 못하는 것이죠.

 

그러므로, 기독교인이 기후변화 문제를 공부할 때는 처음으로 창조론에 대한 이해를 다시 정립하는 것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습니다. 창조생태영성을 말하는 책들을 먼저 읽는 것이죠. 생태문명연구소에서 나온 '생태문명 시리즈' 책들을 읽으면 됩니다.

 

그런 후에, 짐 안탈이 쓴 <기후교회> 읽기를 권합니다. 짐 안탈은 미국에서 가장 왕성하게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서 운동을 펼치는 활동가입니다. 목회자이기도 하고요. 이 책을 읽으면, 아주 실제적인 운동 방향을 배울 수 있습니다.  기독교 단체뿐만 아니라 일반 단체와의 활동 영역과 네트워킹을 배울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 단체들이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미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활동가들의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우리는 뭐 하고 있었나, 반성하게 됩니다.

 

기후변화 문제를 공부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자본주의에 대한 문제를 접하게 됩니다. 인간성의 파괴, 그리고 자연의 파괴의 배후에는 자본주의가 똬리를 틀고 앉아 있기 때문이죠. 또한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은 필연적으로 카를 마르크스의 사상으로 우리를 이끕니다. 한국 사회에는 카를 마르크스의 사상이 '빨갱이'로 잘못 알려져 곤욕을 치르고 있지만, 이제는 카를 마르크스의 사상을 바르게 평가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남미의 해방철학자 엔리케 두셀은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21세기에 마르크스 사상이 점차 중요해지리라 생각한다... 마르크스 사상은 우리의 현실을 읽는 새로운 눈이 될 것이다"(탈성장, 115쪽).

 

마르크스 사상에 대해서 그동안 가졌던 잘못된 시선을 거두어내고 그의 사상의 진가를 습득하도록 도와주는 책들은 여러가지 있으나,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가 가장 최근의 연구성과를 반영한 대중서로서 적절한 것 같습니다. 사이토 고헤이라고 일본의 신진 학자인데(무려 1987년생), 독일에서 새롭게 출간되고 있는 마르크스 엥겔스 전집인 'MEGA'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한, 마르크스 전공자입니다. 어렵지 않은 이 책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마르크스가 자본주의를 어떻게 비판하고 있는지, 그리고 더 나아가 그가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어떤 사회를 제시했는지를 배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후변화 문제를 공부할 때 빼놓지 말고 공부해야 하는 것은 실제 우리의 현실 사회에서 탄소 배출이 어떠한 방식으로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배출되는 지입니다. 우리의 일상은 온통 탄소를 배출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전혀 인식하지 못합니다. 우리가 그냥 누리는 '행복한 일상'이 얼마나 탄소를 무자비하게 배출하고 있는 지, 우리는 잠시 멈추어서 속속들이 살펴보지 않으면 전혀 알 수 없습니다. 모든 탄소 배출의 메커니즘이 감추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현실에서 탄소 배출이 어떤 경로를 통해서 무자비하게 발생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좋은 책은 <탄소로운 식탁>입니다. 세계일보 환경전문 기자가 쓴 책인데, 알기 쉽게, 탄소 배출의 원리를 잘 모르는 사람도 쏙쏙 머리 속에 들어올 수 있게, 톡톡 튀는 문장으로 잘 정리한 책입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책상에서 쓴 책이 아니라 발로 뛰며 쓴 책입니다. 기자 답게 현장 답사를 하고 관련자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아주 현실적인 문제들을 담아낸, 탄소 배출에 관한 수작입니다. 꼭 한 번 읽어 보시기를 강추합니다.

 

기후변화 문제의 종착지는 '탈성장'(degrowth)입니다. 탈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자본주의에 대한 반성과 더불어 우리의 생각과 생활방식 모든 것을 바꾸어야 합니다. 그래서 탈성장 논의는 매우 철학적이고, 매우 신학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탈성장 논의는 필연적으로 '고해성사'로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동안 인류가 살아온 역사의 궤적을 돌아보며, 인류의 살아온 길이 실은 성장과 진보가 아니라 죽음으로 치닫는 길이었다는 처절한 반성이 필요합니다. 

 

탈성장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에 대한 합의된 논의는 아직까지 없습니다. 그리고 탈성장으로 가는 길은 매우 험난합니다. 종교적인 메타노이아 수준의 '돌이킴'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탈성장'은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 반드시 이루고, 도달해야만 하는 고지와 같습니다. 그래서 모든 인류가 마음을 열고 서로 협력하면서 '탈성장'에 대한 논의를 진지하게 해나가야 할 시점입니다. 그러니까, 현재 모든 제 분야에서 최고의 의제는 '탈성장'입니다. 정치도, 경제도, 철학도, 과학도, 그리고 신학도 '탈성장'의 주제를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각 분야마다 접근 방법은 다르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인류는 멸망하고 말 것'이라는 문제의식만은 동일합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믿습니다.

 

기후변화 문제와 탈성장 주제에 대해서 공부를 하고 싶으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어떤 책부터 읽어야 할지 모르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원합니다. 사진에 나온 책들 중 제가 위에서 언급한 책들부터 읽기 시작하면 됩니다. 그리고 사진에 나온 책들을 한 권씩 구매하여 읽어나가면 기후변화 문제와 탈성장에 대하여 '컨셉'이 생길 것입니다. 어떤 주제에 대해서 '컨셉'을 갖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컨셉을 가지고 나면 불안하거나 두려움 없이, 방향을 설정하고 그 길을 잘 걸어갈 수 있습니다. 공부하지 않으면 두려움만 쌓여가고 절망만 늘어갑니다. 공부(하는 행동)가 중요한 이유는 막연하던 것에 길을 놓아주고 지도를 만들어 주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길을 찾고 지도를 갖게 되면, 두려움은 사라지고 절망 대신 희망을 마음에 품을 수 있습니다.

 

기후 변화 문제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한 숨만 쉬고 있지 말고, '공부하는 행동'을 취해 보세요. 뭐라도 할 수 있는 지혜와 뭐라도 하고 싶다는 용기가 생겨날 것입니다. 이것이 기후 변화 앞에서 멸망의 위기를 경험하고 있는 인류의 희망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