낀낀세대가 온다

 

김호기 교수의 '40대를 생각한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읽었다. 그는 현재의 40대를 '낀낀세대'라 명명한다. 86세대와 2030세대 사이에 놓여, 앞과 뒤가 다 막혀 있기 때문이다.

 

20여 년 전, 1990년대 이 '낀낀세대' X세대 또는 신세대로 불렸다. 그때의 논쟁을 아직도 기억한다. 바로 나 자신이 X세대였고, 새로운 가치관을 가진 신세대였기 때문이다. 그때 우리는 압구정동과 강남역을 누비며, 부여된 신세대의 자유를 만끽했다. 그러나, 김호기 교수가 지적하듯이, 1997, 대학 졸업을 앞 둔 시기에 외환위기(IMF)를 겪으면서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사회학자들은 X세대, 신세대의 특징으로 "개인주의, 탈권위주의, 감성주의, 소비주의"를 꼽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개인주의이다. 그러나 이 개인주의는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시장적 개인주의'로 발전했다고, 김호기 교수는 지적한다. 신자유주의의 가치 아래, X세대는 자신의 시장적 가치를 증명하기 위하여 시장적 개인주의의 길을 어렵게 걸어왔다.

 

김호기 교수가 지적하는 40대의 어려움이 눈에 간다. 낀낀세대이기에 아직 사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민주화 세대인 86세대에 눌려 있고, 2030세대에 치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아주 정확한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 전반에서 이제 두각을 드러내야 할 40대에 처한 X세대 중 지도자급 인사로 발돋움 한 친구들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그의 분석 중 더 눈이 가는 것은 평균수명의 증가로 사회활동 연령의 연장을 고려할 때, 낀낀세대(40)가 한국 사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시기가 이제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현재 40대인 '낀낀세대' '대기만성형 세대'라고 부르고 싶다. 또는 '윤동주세대'라고도 부를 수 있겠다. 윤동주는 사촌 송몽규에 비해 성장이나 활동이 더디었는데, 그러한 사실로 인해 윤동주는 사촌 송몽규에게 열등감을 느낄 때가 많았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를 위안하며, '나는 대기만성형 인간이야'라고 말하곤 했다. (송우혜가 쓴 <윤동주 평전>에 보면 이 상황이 잘 나와 있다.)

 

김호기 교수는 말한다. "낀낀세대는 민주화의 가치를 공감한다는 점에서 86세대와, 개인주의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밀레니엄세대와 통한다. 끼어 있다는 것은, 발상을 달리하면 다리를 놓을 수 있다는, 두 세대를 아우를 수 있다는, 그리하여 통합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40, '낀낀세대'에 주어진 사명은 "점증하는 세대갈등에서 교량적, 포용적, 통합적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있다. 이것은 실로 나의 목회현장에서도 경험하는 바이다. 나는 낀낀세대라 연령이 높은 층이 가지고 있는 가치도 존중하고 이해할 수 있는 '과거의 경험'과 젊은 층이 가지고 있는 가치도 존중하고 이해할 수 있는 '현재의 경험'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


'낀낀세대'가 한국 사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그것을 감지하고, 낀낀세대가 가지고 있는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여 세대통합을 이루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기 위하여, 비록 지금은 다른 세대에 묻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지 못한다 할지라도, 묵묵하게 실력을 기르고 자리를 굳건히 지키다 보면, 시대를 이끄는 주역의 자리에 오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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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