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 체제의 악마성]

 

"금융 시장은 연금 연령 인상, 급여 축소, 노동 유연성 향상을 요구한다. 경제의 보이지 않는 손이 우리를 지배한다."

(<탈성장>, 69쪽)

 

'연금 연령 인상'은 인간을 부려먹을 수 있을 때까지 부려먹겠다는 뜻이고, '급여 축소'는 노동력의 가치를 평가절하시키겠다는 뜻이고, '노동 유연성 향상'은 노동자를 노예 취급하겠다는 뜻이다. 신자유주의 체제는 이처럼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체제다. 

 

신자유주의 체제를 수용한 요즘 국가가 악마인 것은 금융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의 보이는 손으로 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는 최고의 우상숭배자인 것이다. 요즘 정부가 하는 일은 연금 연령 인상, 급여 축소, 노동 유연성 향상을 위한 일들뿐이다. 국가 경제의 발전을 위한 대승적 결단이라는 미사여구를 가져다 붙이고 있지만, 한 마디로, 악마 짓이다. 인간을 희생시키기 때문이다.

 

인간의 존엄성을 확보하고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노동 시간의 단축이다. "시민의 자치 활동을 이루려면, 그만큼 많은 휴식처가 필요하고, 토론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도 확보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탈성장>, 83쪽).

 

노동에 시달린 현대인은 무기력과 무관심에 빠져 있다. 이것은 세상을 바꾸어 나가지 못하게 만드는 기득권 세력들의 기획이다. 이러한 악마적 기획들에 대한 비판과 저항을 말하지 않고 '복음'을 말할 수 없다. 이런 것을 외면하면서 복음만을 외치는 자는 '보이지 않는 손'에 봉사하는, 또 하나의 우상숭배자에 불과하다.

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