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 드리는 편지 4
아버지,
저는 이제서야 서른 일곱 살이 되었습니다.
얼마나 이 날이 오기를 기다렸는지요!
사실 기다렸다기 보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왔습니다.
그리고 둘째 아들도
약속이나 한 것처럼
정확하게
서른 일곱 살 먹은 나에게
왔습니다.
남들은 서른 일곱이 무슨 대수냐,
생각할지 모르지만
아버지는 알고 계시죠?
제가 왜 이렇게
서른 일곱에 설레 하는지.
아버지도 서른 일곱 살 된 해에
둘째인 저를 낳으셨습니다.
그렇습니다.
아버지는 둘째인 저를 낳으셨지만,
저는 둘째 아들을 만났습니다.
저는 아버지가 되어
아들은 제가 되어,
약속한 것처럼 만났습니다.
저는 비로소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리게 되었습니다.
저를 안을 때 어떤 느낌이셨을지,
저를 보고 있을 때 어떤 미소를 지으셨을지,
이른 새벽 어둠을 가르고 일터로 나설 때
자고 있는 아들들의 모습을 보고
어떤 마음이셨을지.
저는 비로서 헤아리게 되었습니다.
아버지,
둘째 아들이 태어난
제 나이 서른 일곱.
이제부터는 더 아버지가 되는 듯합니다.
저는 아버지로 삽니다.
아버지가 아버지로 살았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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