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략하거나 빼앗지 않고 이슬람을 무너뜨릴 수 있는 신박한 방법]

 

포비아(phobia/혐오) 중, 이슬람 포비아가 있다. 특별히, 개신교인들, 그 중에서도 복음주의자들은 이슬람 포비아가 심하다. 복음주의자들은 이슬람을 복음화시켜야 한다는 '사명' 아래 이슬람 국가로 많은 선교사들을 '비밀리'에 파송한다. 선교사의 신분이 노출되면 안 되는 상황이 많기 때문에 'N국 선교사'로 표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에서도 이슬람 선교가 활발하다. 교단에서 이슬람 연구소 같은 선교 단체를 두는 이유는 이슬람을 연구하여 그들과 잘 지내기 위함이라기 보다는, 그들을 연구하여 그들에게 파고들어 개종시키기 위함이다. 이는 마치 근대 과학이 자연을 연구하여 자연이랑 잘 지내려고 한 것이 아니라 자연을 지배하고 이용하려고 한 것과 같다.

 

1996년, 저명한 미래학자 새뮤얼 헌팅턴은 후쿠야마의 <역사의 종말>(1993)을 비판하며 <문명의 충돌>이라는 책을 내놓았다. 이 책에서 헌팅턴을 세계를 9개의 문명권으로 나누고, 그 문명들이 충돌하는 세상이 도래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는 후쿠야마가 소련 붕괴 이후 민주주의의 승리와 시장경제의 판정승을 선언하며 투쟁의 역사가 종말을 고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반박의 목소리였다.

 

특별히 헌팅턴은 서구 문명(기독교 문명)과 이슬람 문명의 충돌을 우려했다. 실제로 두 문명 간의 출동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나는 이슬람 문명이 서구 문명과 충돌을 할 정도로 '성장'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 이슬람 문명을 키운 것은 팔할이 서구 문명(기독교 문명)이라는 것이다.

 

서구 문명은 자본주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고, 자본주의 경제 체제의 핵심은 '화석 연료'에 있다. 우리가 알다시피, 화석 연료를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들은 거의 이슬람 문명권에 있는 나라들이다. 서구 자본주의 문명은 화석 연료가 절대적으로 필요했고, 그로 인해 서구 문명의 국가들은 화석 연료를 손쉽고 값싸게 얻기 위해 중동 지역의 정치적/경제적 개입과 협력에 열을 올렸다.

 

우리는 흔히 중동의 머니를 오일 머니라 한다. 오일 머니가 가진 파워는 대단하다. 그 오일 머니가 이슬람 문명을 키웠다. 오일 머니가 손을 뻗치는 곳에는 이슬람교가 함께 들어갔다. 결국, 오일 머니를 통해 이슬람 문명을 키우고, 그로 인해 이슬람교의 확장을 도운 것은 다름 아닌 화석 연료를 기반한 자본주의 체제를 발전시킨 서구 문명(기독교 문명)이다.

 

기후변화의 직접 원인은 대기 중에 과도하게 축적된 탄소 때문이다. 탄소는 주로 화석 연료에서 배출된다. 그래서 기후변화를 멈추고, 지속적인 인류의 생존을 이끌려면, 탄소 배출을 멈추어야 한다. 이 말은, 더 이상 화석 연료에 기반한 경제가 아닌, 재생가능한 에너지 기반의 경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전환을 가장 두려워 하는 집단은 두 개다. 하나는 화석 연료 기반의 자본주의 체제를 이끌어온 서구의 기업들과 화석 연료를 공급한 당사자인 중동의 나라들이다.

 

기후학자 마이클 만(Michael Mann)은 <신 기후대전>(The New Climate War)에서 기후변화를 맞은 우리들의 주적이 누구인지를 적시한다. 그들은 바로 전쟁경제체제와 화석 연료 기반의 시장자본주의 체제를 이끄는 기업들과 나라들이다. 그런데, 이들은 웬만해선 이길 수 없다. 왜냐하면, 역사상 가장 큰 권력과 자본을 가졌기 때문이다. 만수르가 얼마나 부자인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십일조를 정확하게 드리기 위해 전담 회계사를 둘 정도였다는 전설적인 이야기의 주인공이자 세기의 부자 존 록펠러도 화석 연료 사업을 통해 돈을 번 인물이다. 그의 별명은 '석유왕'이었다.

 

이슬람 포비아가 심한 복음주의자들이 이슬람 세력을 무너뜨릴 수 있는 아주 신박한 방법이 있다. 바로, 기후변화 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화석 연료 퇴출 운동을 벌이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시대의 경제가 화석 연료 기반의 자본주의 체제에서 벗어나도록 힘쓰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오일 머니가 더이상 축적되지 않을 것이고, 머니 없는 이슬람 세력은 자연스럽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복음주의자들이 괜히 몸숨 걸고 이스람 국가에 들어가 선교를 하지 않아도 되는 방식이고, 이것은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도 이슬람을 붕괴시킬 수 있는 아주 신박하고 평화로운 전략이다.

 

그러니 복음주의자들이여. 괜히 이슬람 포비아에 휩싸이지 말고, 괜히 이슬람을 연구한다고 힘들이지 말고, 괜히 연구해서 그들의 세상에 침투하여 그들을 복음화시켜 보겠다고 소란을 피우지 말고, 기후변화에 관심을 가지고 화석 연료 퇴출 운동을 벌여 보시라. 그러면, 아주 평화롭게, 그리고 아주 효과적으로 당신들이 원하는 바, 이슬람 세력은 약화될 것이고, 지금보다 훨씬 더 평화로운 세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이 신박한 아이디어가 부디, 그대들의 마음에 가 닿기를!

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