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04'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24.08.04 성령이 하시는 일
바이블 오디세이 II2024. 8. 4. 11:53

성령이 하시는 일

 

복음서는 예수에 대한 증언이다. 복음서의 특징은 예수가 누구인지 개념적으로 설명하는 게 아니라 예수가 어떤 분인지 이야기를 통해서 보여준다. 예수(삼위일체의 성자 위격)를 개념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후대의 신학자들이다. 성경은 예수를 개념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개념적으로 설명한다는 것은 철학의 용어를 써서 언어로 존재를 규정한다는 뜻이다. 사도행전은 성령(예수의 영)에 대한 증언이다. 사도행전의 특징은 예수의 승천 뒤 하늘로부터 내려오신 성령이 누구인지 개념적으로 설명하는 게 아니라 성령이 어떤 분인지 이야기를 통해서 보여준다.

 

복음서나 사도행전이나 모두 똑같이 예수와 성령을 개념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이야기를 통해서 보여줄 뿐이다. 사실, 예수와 성령은 개념을 통해서 인간의 언어로 설명하거나 규정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모든 존재가 그렇다. 인간 존재도 그렇지 않은가? 우리가 어떻게 한 인간을 개념적으로 설명하고 규정할 수 있는가. 어떤 존재는 사건을 통해서 경험될 뿐이다. 그 경험은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우리는 그 이야기를 통해서 존재를 경험할 수 있을 뿐이다.

 

예수나 성령이나, 우리가 주님으로 부르는 존재들에 대하여 성경이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는 것은 교회가 어떠한 공동체이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교회는 이야기 공동체이다. 교회는 이야기 공동체이어야 한다. 교회는 성경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그 이야기를 재료 삼아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공동체이다. 이야기가 많아야 좋은 교회이다. 이야기가 많아야 교회는 성장한다. 언제 어디서나 기쁘고 즐겁게 말할 수 있는 이야기, 이야기를 말하는 자나 듣는 자나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 이런 이야기가 많은 교회가 좋은 교회이고 성장하는 교회이다.

 

사도행전 16장은 성령이 하시는 일이 무엇인지를 이야기로 들려준다. 바울은 실라와 함께 제1차 전도 여행지를 다시 방문하여 그곳의 그리스도인들을 격려하고자 했다. 그러나, 바울은 자신들의 뜻과는 달리 완전히 다른 지역을 방문하게 되고, 그곳에서 복음을 전하며 교회를 세워 나간다. 성령이 하시는 일을 보면, 무엇보다, 성령은 사람을 만나게 하신다. 사람에게 사람을 만나는 일은 가장 중요하다. 성령은 그 가장 중요한 일을 이루신다. 바울 일행은 더베와 루스드라에서 디모데를 만난다. 디모데는 제1차 전도여행 때 전도했던 인물인 듯하다. 사도행전은 디모데가 어떻게 전도되었는지 자세히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디모데는 복음을 받아들이고 몇 년 사이에 제자가 될만큼 신앙이 성장해 있었다. 그런 디모데를 바울은 데리고 전도여행을 하고 싶어한다.

 

디모데를 만난 덕에 바울 일행은 사역의 역량이 늘었다. 역량을 늘리는 것은 사람을 만나야 비로소 할 수 있는 일이다. 사역의 역량이 늘어난 바울 일행은 성령이 이끄신 새로운 선교지에서 열심히 복음을 전했다. 그 결과 “여러 교회가 믿음이 더 굳건해지고 수가 날마다 늘어”갔다(5절). 사명을 수행하려면 사람이 필요하다. 빌립보에 도착했을 때 바울 일행은 회당을 찾아 기도하기를 원했으나, 그곳에는 회당이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강가로 갔고, 거기에서 자주 장사 루디아를 만난다. 루디아를 만난 덕분에 바울 일행은 빌립보에서의 사역을 잘 감당할 수 있었고, 평생 사역을 하면서 빌립보 교회로부터 큰 도움과 위로를 받았다. 우리에게는 ‘도반’(함께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기도할 때, ‘사람을 만나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해야 한다. 또한 교회에서 가장 중요한 사역 중 하나는 사람을 세우는 것이다.

 

성령이 하시는 일을 보면, 성령은 가야 할 길을 보여주신다. 인간은 구체적인 공간에서 활동하는 존재이다. 성령은 우리가 어떤 구체적인 공간에서 활동을 해야 하는지 제시해 주신다. 바울 일행은 제1차 여행 때 갔던 곳을 다니며 교회들을 보살피려고 했다. 그들의 움직이고자 했던 방향은 시계방향이었다. 그런데, 성령(예수의 영)이 그들의 계획을 허락하지 않으셨다. 바울은 드로아에서 환상을 보는데, 마게도냐 사람 하나가 바울더러 ‘건너와서 우리를 도우라’는 환상이었다. (행 16:9) 성령은 우리가 어디에서 구체적으로 손과 발로 봉사해야 할지 알려주신다. 그렇게 하심으로, 우리가 구체적으로 머무는 공간과 시간, 우리가 구체적으로 봉사하는 공간과 시간을 거룩하게 하신다.

 

성령이 하시는 일을 보면, 성령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알려주신다. “건너와서 우리를 도우라.” 성령이 바울에게 알려주신 일이다. 성령이 알려 주시는 해야 할 일은 기본적으로 구원의 일이다. 우리가 영어로 ‘ministry’라고 하는 용어를 한국어로는 사역, 목회, 사목 등으로 번역하여 부른다. 사역은 ‘구원하는 일’을 가리킨다. 교회에서 하는 일, 또는 그리스도인이 하는 일은 모두 ‘사역’이라고 부른다. 사역은 헌신이다. 사역은 나를 내어주는 일이다. 사역은 마음, 시간, 물질, 노동력 등을 아낌없이 내어준다. 그렇게 우리 자신을 내어줄 때, 거기에서 해방 사건(구원 사건)이 일어난다. 주님께서 자기 자신을 십자가에 내어주어 우리를 구원하셨듯이, 우리는 우리의 삶에 자리에서 우리를 내어주어 구원 사건을 일으킨다. 그리스도인은 예수가 한 일을 그대로 따라하는 ‘따라쟁이’이기 때문이다.

 

널리 알려진 이야기에 따르면, 명문대에서 학생을 뽑는 기준은 ‘기여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한다. 여기서 기여할 줄 아는 사람이란 쓸모 있는 사람, 그리고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을 뜻한다. 좀더 구체적으로는 관계 조율이 가능하고 동료와 잘 지낼 수 있는 사람이다. 이것을 다른 말로 바꾸면, 부정의 분위기를 긍정의 분위기로 바꿀 줄 아는 사람이다. 성령을 통해 우리가 신앙인으로 세워지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성령의 이끄심을 받는 사람은 하나님과 잘 지내고, 동료 그리스도인과 잘 지낸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디에 있든지, 부정의 분위기를 긍정의 분위기로 바꿀 줄 아는 사람이다. 사역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성령은 우리를 이런 사람으로 만들어 가신다. 성령의 이끄심 안에서 우리 모두 기여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 우리의 삶의 자리를, 이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다운 세상으로 만들어가는 쓸모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바이블 오디세이 II'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귀한 자  (0) 2024.08.21
빌립보 교회의 탄생  (0) 2024.08.15
예루살렘 공의회: 환대를 열다  (0) 2024.07.27
계시 없는 종교성  (0) 2024.07.25
아낌없이 주는 구원  (0) 2024.07.14
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