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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4.08.16 자유가 자유가 아닌 세상

[자유가 자유가 아닌 세상]

 

21세기 신자유주의 세상에서 '자유'는 정치적 자유가 아니다. 경제적 자유다. 이것을 헷갈리면 안 된다. 대통령이 말끝마다 '자유민주주의'를 외치지만, 여기서 말하는 자유는 정치적 자유가 될 수 없다.

 

정치신학을 공부할 때 반드시 살펴보아야 할 정치 사상가로 카를 슈미트(Carl Schmitt, 1888~1985)가 있다. 슈미트는 1923년 출간한 <로마 가톨릭과 정치적 형식>이라는 책에서 자유주의 정치를 비판하는데, 그가 간파한 당시의 자유주의 정치는 산업자본주의 체제의 산물로서 산업의 합리적 관리가 목표인 정치였다. 한 마디로, 자유는 정치 개념이 아니라 경제 개념이라는 뜻이다.

 

산업혁명 이래 자본주의가 사회의 근본 체제로 자리잡으면서 자유의 개념은 끊임없이 정치적 자유에서 경제적 자유로 그 의미가 변해왔다. 그러다 20세기말 대두된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자유의 개념이 확고하게 드러났다. 신자유주의 체제가 공고해진 21세기에서 자유는 결코 정치적 개념이 아니다. 경제적 개념이다. 이것을 헷갈리면 안 된다.

 

신자유주의 체제는 모든 것을 경제적 사고로 귀속시킨다. 그러므로 신자유주의 체제에서의 자유는 경제의 창출, 즉 돈의 창출(이익의 창출)을 위해서 모든 것이 허용되어야 하는 '자유'를 최고의 이념으로 삼는다. 이 자유를 막는 것은 그 어떤 것도 용납되지 않는다. 쉽게 말해, 돈이 생겨나는 것을 막는 것은 자유의 이름으로 처단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정치는 경제의 시녀로 전락하고 말았다. 신자유주의 체제 내에서 정치란 정치의 고유한 영역이 없고 오직 경제를 위해 봉사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경제 앞에서 정치는 쩔쩔맨다. 경제를 잘 돌보지 못한 정치는 정치도 아니게 된다.

 

겉으로는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나 그 어느때보다 자유가 없어 답답해 하고, 자유가 없는 것을 잘 알지 못하는 세대는 왜 자신이 이렇게 사는 게 힘들고 어려운 지 몰라 어리둥절하게 살다, 참다참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유'를 실행한다. 사실 그 행위는 자유가 아닌데, 신자유주의 체제의 압박에 내몰린 사회적 타살인데, 사람들은 그것이 그냥 자유로운 선택인 양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

 

이런 세상에서 '자유'를 외치는 사람은 자본을 독점하고 있거나, 또는 자본을 지키기 위하여 개처럼 봉사하는 부류일 뿐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사는 이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말끝마다 '자유'를 외치는 사람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런 자유를 지키겠다고 기득권에 부역하는 자들 또한 불쌍한 사람일 뿐이다.

 

잊지 말아야 한다. 신자유주의 체제 안에서 '자유'는 감언이설로 포장된 '억압'일 뿐이다. 누군가 당신에게 자유를 주겠다고 제안하거든, 도망치라. 그 사람이 말하는 자유 뒤에는 덫이 있다. 우리는 지금 그 덫에 걸려 허우적거리고 아우성 거리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지옥에 살고 있다.

 

주님, 우리를 구원하소서!

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