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의 삶 역설적인 삶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기억과 욕정을 뒤섞으며,/ 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든다./ 차라리 겨울은 우리를 따뜻하게 했었다./ 망각의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球根)으로 가냘픈 생명을 키웠으니.

 

T. S. 엘리엇의 “황무지”라는 시의 처음 부분입니다. 1948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매우 유명한 시인이지요. 이 사람의 이 “황무지”라는 시 때문에 4월은 잔인한 달로 낙인 찍혔습니다. 하지만 시인이 왜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표현했는지를 곰곰이 들여다 본다면, 그 잔인함은 어떠한 잔인함인지 알 수 있습니다.

 

사계절이 뚜렷한 지방에서는 보통 3,4,5월을 봄이라고 합니다. 이 중에서 3월은 겨울과 봄이 교차되는 달이고, 5월은 봄과 여름이 교차되는 달입니다. 오직, 4월만이 순수한 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순수한 봄은 잠자고 있던 모든 생명을 깨워냅니다. 시인의 말대로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잠든 뿌리는 봄비로 뒤흔들어” 깨웁니다. 요 며칠 비가 많이 왔던 상황과 같습니다. 게다가 4월은 기독교의 가장 큰 절기인 “부활절”이 들어 있는 달이기도 합니다.

 

이제 고난주간을 맞는 우리들에게 4월이 잔인한 달인 것은, 죄 없으신 예수님께서 모진 고난을 당하시고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셨기 때문입니다. 멜 깁슨이 만든 “Passion of Christ”라는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그렇게 예수님께서는 잔인하게 돌아가셨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잔인함은 부정적인 잔인함만을 말하는 것일 뿐, 위에서 시인이 말하는 잔인함은 이러한 잔인함이 아니라, 매우 긍정적인 잔인함임을 알아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잔인하게 죽기도 하셨지만, 영광 중에 부활하기도 하셨습니다.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신 것입니다. 이 사실,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사실은 “죽음” 또는 “악”의 세력 입장에서 보면 잔인한 소식입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의 부활은 “죽음” 또는 “악”에 대한 심판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죽은 영혼을 깨워 라일락보다 더 향기로운 그리스도의 향기를 내게 하고, 잠자는 영혼을 깨워 그 뿌리를 소생시키고, 향기로운 삶과 힘찬 발걸음으로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사건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건으로 뒤집힌 것을 증거하게 하십니다.

 

4월은 잔인한 달입니다. 예수님의 부활로 인해 "사망권세"가 심판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우리 그리스도인의 삶은 역설적입니다.

 

Posted by 장준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