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무지인가 실패인가]
한국은 지금 부동산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검찰개혁 문제와 더불어 부동산 문제 때문에 민주당의 지지율은 미통당에게 추월당하고 말았다.
자유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인권과 사유재산이다. 지금 한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부동산 개혁에 대한 저항은 이러한 가치를 반영하고 있다. 이는 곧 '조세 저항'이기도 하다. 근대의 소용돌이를 겪었던 영국이나 프랑스의 혁명의 대부분은 '개인' 또는 '개별 집단'의 사유재산 침탈에 대한 저항이었다.
아무리 고위공직자들에게 한 채의 집만 가질 것을 주문해서, 솔선수범하여 부동산 정책을 이끈다 하여도, 국민 개개인은 자신들의 권리라고 여기는 '사유재산'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재산을 지키기 위한 측면도 있지만, 자유를 침탈당한다는 보다 근본적인 생각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는 영국과 프랑스의 정치적 소용돌이를 경험한 홉스와 로크와 루소를 거치며 탄생했다. 아래와 같이 그들의 정치사상은 미국독립선언문의 기초가 되었다. "우리들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자명한 진리로 인정한다. 즉,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고, 창조주는 양도할 수 없는 일정한 권리를 인간에게 부여했으며, 생명권과 자유권과 행복 추구권은 이러한 권리에 속한다."
새마을 운동 이후 경제발전이 실현된 이래,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부동산(집)은 생명이고 자유고 행복이었다. 그런데, 부동산 정책을 펴겠다며 1가구 1주택 운동을 벌이며, 그 이상 가진 사람들에게 '조세'를 물리는 정책은 조세 저항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고 정의로운 정책이라도 국민들이 느끼기에 그것은 자신들의 생명, 자유, 행복을 빼앗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조세 저항에 부딪혀 혁명을 경험한 인류의 역사를 문재인 정부는 모르는 것인가? 아니면 무시하는 것인가? 나는 근본적으로는 문재인 정부가 실현하려고 하는 부동산 정책의 방향을 지지한다. 땅의 하나님의 것이기에 땅으로 이윤을 취하는 것에 반대한다. 집은 인간의 기본생활에 필수적인 요소이기에 집 가지고 가난한 자에게 이윤을 추구하는 행태에 반대한다.
그러나, 부동산 정책은 정부의 정책으로 밀어붙여서 성공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인식을 먼저 바꾸어 놓아야 만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부동산으로 이득을 취하는 것은 부도덕한 것이다"라는 사회의 도덕적 합의 없이 어떻게 정책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돌이킬 수 있는가.
오히려, 그러한 도덕적 합의는 종교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그러므로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의 철학과 실행을 성공적으로 이끌려면 누구보다 종교인들의 힘을 빌려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단기간에 끝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문제를 종교와 전혀 소통하고 있지 않은 듯한 문재인 정부는 무지한 정부인지 실패한 정부인지, 안타깝기만 하다.
생명권, 자유권, 행복권을 '부동산 투기'에서 추구하지 않도록, 정부는 종교와 연합하여 국민들의 도덕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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