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묵상 시편 13편 - 고통의 문제
“여호와여 어느 때까지니이까 나를 영원히 잊으시나이까 주의 얼굴을 나에게 어느 때까지 숨기시겠나이까 / 나의 영혼이 번민하고 종일토록 마음에 근심하기를 어느 때까지 하오며 내 원수가 나를 치며 자랑하기를 어느 때까지 하리이까 / 여호와 내 하나님여 나를 생각하사 응답하시고 나의 눈을 밝히소서 두렵건데 내가 사망의 잠을 잘까 하오며 / 두렵건데 나의 원수가 이르기를 내가 그를 이겼다 할까 하오며 내가 흔들릴 때에 나의 대적들이 기뻐할까 하나이다 / 나는 오직 주의 사랑을 의지하였사오니 나의 마음은 주의 구원을 기뻐하리이다 / 내가 여호와를 찬송하리니 이는 주께서 내게 은덕을 베푸심이로다”(시편 13편).
마음 아프면서도, 참 아름다운 기도 시입니다. ‘고통의 문제’, 풀리지 않는 인생의 신비인데요, 성경은 인간이 겪는 고통의 문제를 가장 깊게 파헤친 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시인은 1절과 2절에서 ‘언제까지(how long)’의 질문을 하나님께 던지면서, 고통의 시간이 끝나지 않는 현실에 대해 탄식하고 있습니다. 3절과 4절에서는 고통으로 인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토로하고 있는데요, 무엇보다 시인이 고통스러운 것은 고통 자체 때문이 아니라, 고통 가운데서 하나님의 부재를 경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그렇죠. 인간은 어떠한 고통스러운 일(힘든 일) 때문에 죽지 않고요, 고통 가운데 있는 나를 돌아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외로움’ 때문에 죽습니다. 즉, 본문에서 시인이 너무 고통스러운 이유는 원수들이 괴롭혀서가 아니라, 그 고통 가운데서 하나님이 자신을 돌보아 주시지 않는다는, 외로움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인의 기도가 아름다운 이유는 고통 속에서 하나님의 부재를 경험하면서 깊은 절망 가운데
있으면서도, 끝내는 하나님을 신뢰하고, 하나님의 구원을 확신하기 때문인데요, 시인이 깊은 절망 가운데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 이유는 하나님의 언약적 사랑, 헤세드 때문입니다. (이것은 지난 시편 6편을 묵상할 때 자세하게 말씀드렸던 하나님의 사랑이죠. 기억하시죠?)
성경 전반이 그렇습니다만, 특별히 욥기와 시편 등, 성경 외에 고통의 문제를 다룬 책 중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C. S. Lewis의 <고통의 문제 the problem of pain>라는 책입니다. 고통의 문제에 대해서 신학적 논증을 하는 책이라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닌데요, 열 개의 챕터로 이루어진 이 책에서 제 7장은 ‘고통의 구속적 효과’를 다루고 있습니다. ‘고통의 구속적 효과’라는 말은 고통 안에는 ‘redemption 구원의 요소’가 있다는 뜻입니다. C. S. Lewis가 조금 무시무시한 말을 하는데요, 이렇습니다. “만일 고난이 하나님의 구속 계획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면, 하나님이 이 세상을 완전히 구속하였다고 여기시거나, 혹은 구속이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포기하실 때까지 고난이 결코 중지되지 않을 것이라는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167쪽). 조금 무섭죠? 죽을 때까지 고통 속에 살 각오를 해야 한다는 말로 들리네요.
C. S. 루이스는 이런 말도 합니다. “모든 해악들 중에서 오직 고통만이 남에게 줄 수도 없고 옮길 수도 없는 해악에 속한다”(170쪽). 고통은 오롯이 자기 자신이 감당해야 할 몫이라는 뜻으로 들리네요. 참 무섭고도 슬픈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누구에게도 나누어 줄 수 없는, 본인이 혼자서 모두 감당해야 하는 고통이 인생에 다가왔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고통 가운데서 죽어버리고 말까요? 여기에 대하여 시인은 매우 중요한 지혜를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는 것이죠. 고통 속에서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믿음을 갖는 것입니다. 겉으로는 고통 속에서 하나님의 부재를 느낄 수 있지만, 시인이 고백하고 있듯이, 실질적으로는 그 고통 가운데 헤세드, 언약적 사랑 안에서 하나님이 고통 당하고 있는 우리를 붙들고 계시다는 믿음, 이 믿음을 갖는 게 중요한 것이죠.
그리고, 고통 당하는 사람을 보면, 어차피 그 사람의 고통을 내가 나누어 가질 수 없으니, 안타까운 마음이지만, 그래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고통 당하는 사람이 혼자라고 느끼지 않도록, 그 사람을 계속 돌봐 주는 겁니다. 기억하세요. 사람은 고통으로 죽지 않고, 고통 속에서 혼자라고 느끼는 그 외로움 때문에 죽습니다.
갑자기, 김연자의 대중가요, ‘십분내로’라는 노래가 떠오르네요. 거기에 보면 이런 가사가 있죠. “여자는 꽃이랍니다. 혼자 두지 마세요!” 그러면서, 내가 부르면 십분 내로 달려오라고 사랑을 속삭입니다. 참, 마음 짠하면서도 아름답죠?
사랑하는 여러분! 누구보다, 지금 바로 여러분 곁에 있는 사람을 외롭게 두지 마세요. 힘들고 어려울수록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고맙다’고 말해보세요. 고통 가운데 있더라도, 외롭지 않은 사람은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죽지 않고, 오히려 그 고통을 이겨내며,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힘 내세요.
여러분,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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