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묵상 시편 8편 - 우리는 인간입니다
“여호와 우리 주여 주의 이름이 온 땅에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 주의 영광이 하늘을 덮었나이다 / 주의 대적으로 말미암아 어린아이들과 젖먹이들의 입으로 권능을 세우심이여 이는 원수들과 보복자들을 잠잠하게 하려 하심이니이다 / 주의 손가락으로 만드신 주의 하늘과 주께서 베풀어 두신 달과 별들을 내가 보오니 / 사람이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생각하시며 인자가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돌보시나이까 / 그를 하나님보다 조금 못하게 하시고 영화와 존귀로 관을 씌우셨나이다 / 여호와 우리 주여 주의 이름이 온 땅에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시편 8편 1~5, 9).
시편 8편을 묵상하면서 하재연의 시 ‘해변의 아인슈타인’이 생각났습니다.
나는 무지한 언어를 가지고
낯설고 어두운 입술로
나의 이름을 꺼냈습니다.
나는 인간입니다.
나는 인간입니다.
ㅡ 하재연의 시 ‘해변의 아인슈타인’ 부분, 시집 <우주적 안녕>에 수록
성경을 비롯해서, 초대 교부들이 쓴 고문서들을 읽다 보면,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인간성’을 잃지 않으려는 그들의 고군분투가 느껴져 마음이 짠합니다. 지금 시각에서 그들의 삶의 자리를 들여다 보면 그들의 언어는 ‘무지한 언어’일 때가 많습니다. 아직 생각이 다 발전하지 않았고, 특별히 하나님에 대한 인식이 현재의 지금보다 더 명확하지 않죠. 가령, 초대 교부문서들에서 발견되는 기독론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기독론에 비하면 ‘무지한 언어’의 진술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의 ‘무지한 언어’를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삶의 자리에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의 이성의 힘을 발휘하여 ‘진리’를 발견하려고 애씁니다. 그들의 ‘낯설고 어두운 입술’에는 갈망과 용기와 희망이 묻어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의 입술에서는 자기 자신에 대한 솔직한 고백이 묻어납니다. “나는 인간입니다. 나는 인간입니다.”
우리는 때로 우리가 누구인지를 잃고 삽니다(잊고, 가 아니다). 아니, 우리는 ‘어쩌다’ ‘우리가 누구인지’ 발견하죠. 어쩌다 발견된 우리의 정체성은 우리 자신을 깜짝 놀라게 합니다. “나는 인간입니다. 나는 인간입니다.” 시편 8편의 시인도, 자신이 누구인지를 발견합니다. 우리는 창조자가 아니라, 피조물입니다. 우리는 인간입니다. 창조주 하나님을 기억하고 그분을 의지하며 사는 자는 연약한 인생에 놀라운 일을 행하시는 하나님을 찬양하게 됩니다.
하나님 앞에 드리는 가장 깊은 찬양은 무엇일까요? 저는, 다른 무엇보다, 우리가 누구인지를 하나님 앞에 고백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시인도 이렇게 고백합니다. “사람이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생각하시며 인자가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돌보시나이까”(4절). 시인은 자기 자신을 ‘사람’ 또는 ‘인자’라고 고백합니다. 사람은 ‘에노쉬’이고, 인자는 ‘벤-아담’인데요, 이것은 영원하신 창조주 하나님과 대조되는 존재의 고백으로,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의 연약함(또는 유한성)에 대한 고백입니다. 인간은 ‘아다마’(흙)’에서 왔기 때문에 ‘아다마(흙)’로 돌아갈 수밖에 없죠. 그래서 성경은 인간을 ‘아담’이라고 부릅니다.
누군가 말했듯이, 우리가 고통받는 이유는 우리가 인간이어서가 아니라 ‘충분히 인간(fully human)’이지 않아서 그렇다. 우리가 충분히 인간이되면, 우리가 누구인지 철저하게 고백한다면,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를 갈망하지 않을 수 없고, 하나님은 그런 우리를 ‘주의 깊게, 지속적으로 돌보아’ 주실 것입니다.
성경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도, 성경을 쓴 선지자들도, 그리고 초대교부들도 결국 하나님에 대한 상상과 발견을 통해 이루고 싶었던 것은 ‘충분한 인간되기’였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해변의 아인슈타인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그는 해변에 서서 우주를 바라보며 ‘인간’을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죠. “나는 인간입니다. 나는 인간입니다.” 우리 인생의 모든 것의 시작은, 비록 ‘무지한 언어를 가지고 낯설고 어두운 입술로’ 꺼내는 부끄러운 고백이라 할지라도, 이것이어야 합니다. “나는 인간입니다. 나는 인간입니다.”
여러분,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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